‘왕년 1라운더 기대주’ FA 앞두고 드디어 폭발? 시즌 초 ML 폭격 중인 그리샴[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30대를 앞두고 드디어 잠재력이 폭발하는 것일까. 그리샴이 엄청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뉴욕 양키스는 4월 30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최초 기록을 썼다. 한 시즌 두 차례 '1회 1-3번타자 연속 홈런'을 달성한 것. 지난 3월 개막 시리즈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1회말 '3구 3홈런' 진기록을 썼던 양키스는 정확히 한 달 만에 또 '1회 1-3번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첫 포문을 연 타자는 리드오프로 나선 트렌트 그리샴이었다. 1번 중견수 그리샴이 볼티모어 선발 카일 깁슨을 상대로 2구만에 홈런을 쏘아올린 것을 시작으로 양키스는 타선의 파괴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이날 리드오프 홈런은 그리샴의 시즌 8호 홈런이었다. 8홈런은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10위의 기록이다(이하 기록 4/30 기준). 칼 랄리(SEA)와 에우헤니오 수아레즈(ARI)가 나란히 10개로 각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저지, 마이크 트라웃(LAA)을 포함한 7명이 9홈런으로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샴은 1위와 2개차, 저지와 단 한 개차이의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뿐만이 아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순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리샴은 올시즌 24경기에서 .294/.368/.662 8홈런 15타점을 기록해 OPS가 무려 1.030에 달한다. OPS 1.030은 규정타석을 충족시켰다면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모든 것이 커리어 하이 페이스다. 빅리그 데뷔 7년차인 그리샴은 지난 6시즌 동안 개인 최고 타율이 0.251, 최고 OPS가 0.808인 선수였다. 모두 단축시즌의 기록. 162경기 풀시즌 기준으로는 132경기에서 .242/.327/.413 15홈런 62타점 13도루를 기록한 2021시즌이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올해는 아직 초반이지만 종전 최고기록을 까마득히 넘어선 수치를 쓰고 있다.
1996년생 좌투좌타 외야수 그리샴은 상당한 기대주였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됐고 2019년 밀워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드래프트 지명 직후인 2016년 TOP 100 유망주 평가까지 받았던 그리샴은 유망주 시절에는 5툴 플레이어의 자질을 가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하지만 지명 초기의 높았던 기대치는 점점 낮아졌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홈런이 급증했던 2019시즌 더블A와 트리플A에서 97경기 .300/.407/.603 26홈런 71타점 12도루의 뛰어난 성적을 썼지만 2019시즌의 타격 성적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2016시즌 이후 TOP 100 유망주 명단에서도 이름이 사라졌다.
빅리그 데뷔 초 무난한 모습을 보였지만 드래프트 1라운더 특급 유망주의 기대치 만큼은 아니었다. 데뷔시즌 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 된 그리샴은 밀워키와 샌디에이고에서 데뷔 첫 3년간 242경기에 출전해 .242/.334/.424 31홈런 112타점 24도루를 기록했다.
준수했지만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더 돋보였고 2022시즌부터는 사실상 수비력과 '뜬금포'만 남은 선수가 됐다. 2022-2023시즌 2년간 305경기 .191/.300/.347 30홈런 103타점 22도루를 기록한 뒤 2024시즌에 앞서 후안 소토와 함께 트레이드로 양키스로 이적했고 지난해 양키스에서 76경기 .190/.290/.385 9홈런 31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수비는 매 시즌 탄탄했지만 공격 측면에서는 전혀 돋보이지 못했던 그리샴은 점점 벤치 멤버가 익숙한 선수가 됐다.
올해도 시작은 벤치였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시즌 시작 전부터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양키스는 터줏대감인 저지와 새로 영입한 코디 벨린저, 특급 기대주인 제이슨 도밍게즈로 외야를 구성했다.
하지만 4월 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전에서 홈런 포함 3안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멀티 홈런을 기록하며 뛰어난 타격감을 선보였고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서도 감을 유지하며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원래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은 좋았던 그리샴은 최근 뜨거운 타격감이 더해지며 4월 하순에 접어들면서는 리드오프 자리까지 맡았고 양키스 타선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올시즌 그리샴의 타격은 현재까지는 흠잡을 곳이 없다. 단순히 보이는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라 세이버 매트릭스 기대지표도 상위권이다. 평균 타구속도(시속 91.7마일), 배럴타구 비율(16.7%), 강타비율(45.8%) 등이 모두 상위권인 그리샴은 타구 질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 기대가중출루율(xwOBA)도 0.408로 상위 7%에 위치하고 있다.
가장 좋아진 것은 역시 컨택 능력의 향상이다. 통산 79.9%로 리그 평균(82%)보다 낮은 S존 내 컨택율을 기록하는 타자였던 그리샴은 올해 S존 컨택율이 무려 89.2%로 뛰었다. 리그 평균(25%, 통산 24.8%) 수준이던 헛스윙율은 올해 19%로 떨어졌다. 컨택율이 오르며 공을 강하게 잡아당겨 띄우는 확률도 급상승했다. 공을 제대로 치기 시작하니 성적은 자연스럽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시즌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0.267로 개인 통산 기록과 같다. 특별히 '타구 운'이 따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이 페이스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만큼은 아니지만 초반 맹활약을 펼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초반의 뜨거운 기세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회는 있다. 양키스는 외야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 출전 시간이 조금 분산될 수는 있지만 스탠튼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꾸준히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페이스를 감안하면 팀 입장에서도 그리샴을 벤치에 앉혀둘 이유가 없다.
올시즌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시즌이다. 올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기 때문. 올해 활약 여부에 따라 오프시즌 FA 계약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
큰 기대 속에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지만 그동안 부응하지 못했던 그리샴은 올해 초 누구보다 돋보이고 있다. 과연 이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초반 맹타를 발판 삼아 확실한 성장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트렌트 그리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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