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5월에 ‘달말’이 있다면
어린이들은 오월이 되면 밝고 맑고 화창해진다. 마치 오월이 오기만을 기다린 것처럼, 이제야 자신들의 계절을 만난 것처럼, 날씨를 즐기고 주변을 웃음으로 물들인다. 새 학기의 어색하고 긴장되는 단계를 지나고, 진단평가와 중간고사를 거쳐 무사히 오월에 도착했다.
오월은 남다르다. 유난히 이름 붙은 날이 많다.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어린이들은 이날들의 이름을 말하며 즐거워한다. 어른들에겐 늘 똑같은 날들이지만, 아이들 덕분에 이날[日]들 하나하나의 새로움을 깨닫는다. 내가 공부방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그날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기도 하고, 자신이 무엇을 할 계획인지 들려주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만의 오월을 가꾼다.
학교를 마치고 공부방으로 오는 길에 땅에 떨어져 있는 꽃이 너무 예뻐 선생님에게 주려고 가져온 어린이가 있었다. 꽃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꽃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꽃에도 저마다의 ‘말’이 있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그렇다면 “꽃만 아니라 다른 사물에도 말을 붙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저마다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필말, 지우개말, 사탕말, 선생님말, 장난감말 같은 것을 붙였다.
어린이들을 보고 있으면 오월처럼 정말 빛이 난다. 금방 배우고, 돌아서면 잊고, 또 배우고, 그렇게 오래 기억하는 법을 익히며 어린이들은 저마다 서서히 피어난다. 꽃을 손에 꼭 쥐고 걸어왔을 어린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어버이와 스승을 생각하며 카네이션을 그리고 접고 있을 어린이를 생각해 본다. 그들이 스스로에겐 어떤 꽃을 주고 싶은지, 어떤 꽃말을 지니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본다. 달[月]에도 말이 있다면, 오월의 말은 ‘어린이의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주세요’이기를.
※ 5월 일사일언은 김지나씨를 포함해,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박한슬 약사, 에노모토 야스타카 음식 칼럼니스트, 이승하 시인이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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