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연금, 소득 중심 사회보험으로 전환해야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명목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각각 4%와 3%씩 인상한 모수개혁의 성과와 한계를 딛고 공적연금 전반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출범했다. 모수개혁이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춰 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고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노후소득 보장도 다소 강화한 성과가 있지만, 재정 안정화에도 노후소득 보장에도 미흡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적연금 개혁의 양대 목표는 재정 안정화와 노후소득 보장 강화이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구조개혁의 핵심은 사각지대 해소와 실질 소득대체율 향상을 통한 노후의 빈곤 완화 및 적정 소득 보장에 있으며,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에 앞서 연금가입 연령 상한과 수급개시 연령을 정년 연장과 연계해 동시에 올리는 추가 모수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머지않아 노인부양비가 100%를 넘는 세계 초유의 국가가 되고 평균 연금수급 기간, 즉 65세의 기대여명이 25년을 넘어서게 될 것이 명백하다. 평균 가입 기간(보험료 납부 기간)이 25~26년밖에 안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연금수급 기간을 25년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떠한 연금제도로도 불가능하다. 덴마크처럼 수급개시 연령을 대폭 올려 평균 수급 기간을 15년 미만으로 유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연금 연령 상향과 정년 연장 등 노동시장 개혁이 통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재정 안정화의 과제를 오로지 구조개혁에 맡기면 노후소득 보장이 너무 약해질 것이다. 국민연금을 완전 적립식으로, 또는 스웨덴처럼 명목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면 재정 안정화는 이룰 수 있겠지만 65세 연금 연령을 유지하는 한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매우 취약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노인 빈곤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올려도 실질 가입 기간이 늘어나지 않으면 실질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미미하다. 서구 복지국가들에 비해 한국 연금제도가 취약한 핵심 문제는 넓은 사각지대와 짧은 가입 기간,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의 협소함에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실질 소득대체율 향상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논의됐던 소득 중심 사회보험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고용보험에 비해 소득 중심 사회보험으로의 전환이 훨씬 쉬울 것이다. 소득 중심 고용보험은 구직급여(실업급여) 자격과 급여액 산정을 소득 기준으로 하여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려는 구상이다. 실시간 소득 파악이 선결 조건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지급은 실업이나 소득이 아니라 연령을 기준으로 하므로 실시간 소득 파악이 불필요하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 자동 가입시켜 보험료를 국세청이 원천징수하면 된다. 사업장을 가진 자영업자는 소득 신고 시 소득세와 함께 사회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면 된다. 고용보험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만을 기반으로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자·배당·임대 등 모든 소득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소액 이자소득까지 포함하면 성인 중 대부분이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연금보험료를 내게 된다.
사회보험료 원천징수는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에게 장기적으로 더 큰 혜택을 주지만, 당장의 소득이 더 급한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사회보험료를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이는 지금의 근로소득공제 제도를 합리화하면 추가 재정 부담 없이, 또는 약간의 재정 투입만으로도 가능하다.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확실한 재정 안정화와 함께 현세대와 미래세대 노인의 빈곤 방지와 노후소득 보장을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연금개혁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유종성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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