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동 선언’ 펴낸 김홍·오빛나리·안명희 “글쓰기도 노동… 생계 위한 최저 고료 보장 시급” [차 한잔 나누며]
계약서 후려치기 등 현실 꼬집어
“사업주에 종속 안 돼 보호 못 받아
현행법 이상의 새로운 협상 필요
우리의 힘으로 바꿔 나갈 수밖에”
예술인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라는 장치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출판사는 표준계약 이하의 ‘후려친’ 계약서를 작가에게 내민다. 원고청탁서에 원고료 지급 시기를 제시하지 않거나, 기한을 약속하고도 통보 없이 지급을 몇 개월 미루는 일도 허다하다. 일부 출판사는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작가의 이름을 홍보에 활용하거나, 저자에게 통보 없이 2차 저작을 팔아먹는다. 낭설이나 괴담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 작가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4월 출간된 ‘작가노동 선언’(오월의봄)에는 글쓰기 노동만으로 밥 먹고 살기 힘든 작가들의 목소리가 빼곡하다.

“상상력을 통해 작가의 노동자성을 규정하고 노동의 언어를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안명희 작가를 비롯해 세 사람은 인터뷰 중 ‘상상력’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노동법을 비롯한 기존의 법제도로는 작가의 노동을 설명하기 어렵기에, 확장된 의미의 노동을 상상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사업주에 종속돼 일하지 않는다고 작가들이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현행 노동법 체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을 위한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탈선’ 대표를 지낸 오빛나리 작가는 작가노조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노조 내부의 위계를 들여다보고, 가장 약한 지위의 작가를 대변하겠다는 단체의 포부를 드러내는 선임이다. 오 작가는 “제가 가지는 상징이나 위치성이 작가노조가 갈 길을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다”며 “작가 사회에 불공정과 부조리가 너무 많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미래, 정체성이라면 우리의 힘으로 바꿔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는 준비위의 설문조사에 많은 작가가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솔직해졌으면 좋겠어요. 내 노동의 실체를 드러내야 요구사항도 명확해 질테니까요. 내 노동의 현실도 이야기하지 않고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으면 현 상태는 지속될 겁니다. 작가노조는 모든 작가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릴게요.”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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