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한덕수’에게 꽃길은 없다 [뉴스룸에서]


신승근 | 뉴스총괄부국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2일엔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이가 선수로 뛰려 한다는 비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식과 염치를 안다면 일찌감치 총리직을 내려놨어야 한다. 그는 정반대의 행보를 거듭했다. 야당 몫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여야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미루다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든 그는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을 불쑥 지명해 ‘보수 알박기’ 논란을 촉발했다. 헌재가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한 대행의 도발은 진압됐다. 하지만 보수 우파의 지지를 끌어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설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조차 제 몸값을 올리는 소재로 활용했다.
비겁한 처신이다. 총리직을 사임하고 대선 행보를 하면 될 일인데, 사임 직전까지 권한대행 총리 자리를 활용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우리 당 후보가 결정되면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이라며 꽃가마 태워줄 테니 나와달라고 읍소하고, 곳곳에서 ‘반이재명 빅텐트’의 주역으로 추어올리니 욕심도 날 것이다.
큰 꿈을 꾸는 건 자유다. 하지만 스스로 먼저 물어야 한다. 자신이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말이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된 이들은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했다. 김대중, 김영삼은 목숨 걸고 독재 권력에 맞섰다. 노무현은 지역갈등 혁파와 정당 민주화를 이끌었다. 이명박은 월급쟁이 성공 신화와 청계천 복원으로,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에서 천막 당사를 이끈 선거의 여왕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했다. 윤석열조차 최고 권력자에 맞선 검찰총장 신화가 집권 토대가 됐다. 그런데 50여년 공직을 역임하며 수많은 정권에서 일한 한 대행이 권력에 맞서거나 업적을 이뤘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 경제·통상을 잘할 것이라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건 ‘한-중 마늘 파동’으로 그가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경질됐다는 것이다. 관세 전쟁에서 국익을 챙기리라는 것도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대선 출마에 이익이 될 성과를 내려고 다음 정부에 부담을 떠안기지 않을까 국민은 노심초사했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밀어붙일 때 최상목 경제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만큼의 반대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다른 국무위원 의견을 들어보자며 시간을 끈 걸 공적처럼 내세울 뿐이다.
뒤늦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에선 토론회와 당원 투표 등 치열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한다. 선택받지 못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한 대행은 3일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단일화’ 방식으로 후보가 되려 한다. 정당의 민주적인 후보 선출 절차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보수 우파의 공포와 절박함을 등에 업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 세력은 그를 업둥이로 데려와 판을 바꾸려 한다. 이들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를 입에 올리며 그와 유사한 감동 드라마를 기획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때도 새천년민주당에선 합법적 절차로 뽑은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이 좀 떨어지자 “이회창에게 정권을 내줄 수 없다”며 노무현을 끌어내리고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로 대선 주자를 교체하려 한 후보단일화협의회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명분 없는 일이었고, 결국 국민은 노무현을 선택했다.
한 대행은 지난해 총선 참패 뒤 총리직 사퇴를 밝혔다.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면서도 “마지막 소임”이라 얘기했다. 이제 그가 대통령을 꿈꾼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한데, 꽃가마 태워 모셔갈 날을 기대하는 ‘노쇠한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오랜 관료 이력에 기대 대통령을 꿈꾸다 중도 하차한 이는 한둘이 아니라는 걸 한 대행은 되새김질하길 바란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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