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 무판차량이 점령한 인천 연수 '공영주차장' [현장, 그곳&]

노재영 기자 2025. 4.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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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기 중고 차량 수십대 한 달 넘게 방치, 주민 이용 불편
옥련동 일대 단속에 ‘풍선효과’... 區 “범위 더 넓혀 집중단속”
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동 롱비치카페 앞 임시 공영주차장에 수출용 무판차량이 늘어서 있다. 노재영기자


“중고차판매상들이 공영 주차장을 완전히 점령해 시민들은 이용을 못해요. 누굴 위한 공영주차장인가요?”

29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카페골목 인근 공영주차장. 번호판이 없는 이른바 ‘무판차량’ 30여대가 이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앞 유리에는 ‘To: Vladivostok’라고 행선지를 적어 놔 수출 대기 중인 차량임을 짐작케 했다.

수출 대기 차량들로 가득 찬 상황에서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차를 되돌려 나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카페 관계자는 “언제 수출을 할 지도 모를 무판차량들을 1개월 이상 방치해 놓아 시민들은 물론, 직원들도 공영주차장 이용을 아예 포기한다”며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그 때만 차량을 옮겼다가 다시 되돌려 놔 단속도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연수구 연수동 장미근린공원 앞 노상주차장. 빌라 70채 이상이 밀집한 주거 지역 노상 주차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무판차량들이 인근 공영주차장은 물론, 동네 골목 골목까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송도유원지 주변에 있던 수출 중고차들이 구청 단속이 심해지자 언제부터인지 이곳까지 흘러들어와 무료 공영주차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며 “시민들 주차 공간을 중고차 수출 업자들이 차지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과 연수동에 위치한 공영주차장과 시민들의 생활공간이 수출업자들이 방치한 무판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송도유원지 중고자동차 수출단지 일대 불법주차 무판차량들이 단속을 피해 ‘옆 동네’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라는 분석이다.

현행 주차장법은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는 노상주차장이라도 1개월 이상 장기 주차한 차량에 대해서는 계고장을 발부한다. 기한 내에 이동하지 않으면 강제처리 대상이 된다.

이를 근거로 구가 지난해 말부터 옥련동 인근 무판차량 불법주정차를 집중 단속하자 수출업자들이 인근 지역 공영·노상주차장 등으로 차량을 옮긴 것이다.

지역 안팎에선 옥련동 일대 단속이 풍선효과를 내기 때문에 단속 반경을 더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숙경 연수구의원(더불어민주당·나선거구)은 “근본적인 대책은 중고차수출단지를 옮기는 방법 밖엔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무판차량들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돼 방치되기 때문에 집중단속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 관계자 “결국 수출단지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 단지 이전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집중단속 범위 확대로 풍선효과를 차단해 주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재영 기자 re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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