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왜냐면]

한겨레 2025. 4. 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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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어린이도서관에 모인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뒤로 수거된 스마트폰과 전자기기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안민석 | 명지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원

교육 정책은 ‘휴대전화 없는 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는 지금,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청소년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은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폰과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아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병이 들고 고유한 인간적 능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 대부분 선진국은 청소년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이미 ‘휴대전화 없는 학교’를 도입했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원칙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사실 청소년의 휴대전화 과다 사용은 문해력과 집중력의 저하, 폭력성 증가, 가치의식의 양극화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켜왔다. 교사들은 이미 교육부나 교육청에 대책을 요청해왔지만, 교육 당국은 학부모의 민원이나 학생 인권문제로 인해 학교장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학교에서 자체 규정을 만들어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도 해보았지만, 그것도 강제성이나 실효성이 떨어졌다. 특히 초·중학교에서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프랑스는 2018년부터 15살 이하 어린이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법으로 제정하여 청소년을 스마트폰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미국도 같은 맥락에서 현재 18개 주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관련 법률을 시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도 중·고생을 대상으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21년 ‘부모 동의 없는 스마트폰의 사용 금지’를 교육부 차원에서 추진했으며, 교내 반입 자체를 금지했던 일본은 2020년 이후에는 교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4개국 중 1개 국가는 법이나 정책으로 청소년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소지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 학교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중학교까지 기다려요’라는 학부모 캠페인 운동이다.

해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대응은 한참 늦었지만, 최근 들어 국민 의식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이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장준호 경인교대 교수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실시한 국민 2020명 대상 교육설문조사에서 15살 이하 학교 스마트폰 금지에 대해 국민의 6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중·고등학교 학생의 휴대전화 수거와 사용 제한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고, 지난 28일 이에 대한 최종 결정문을 배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는 2023년 7월 유네스코가 발표한 보고서 ‘2023 글로벌 교육 모니터’의 내용인 “혼란과 학습 부진, 사이버 괴롭힘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권고가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청소년 휴대전화 사용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우리 청소년은 세계에서 스마트폰에 가장 중독된 세대가 될 것이다. 현재는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통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명시하고 있을 뿐이며, 오히려 인공지능 교과서 시행으로 학생의 스마트폰 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수 학부모는 이를 우려하여 인공지능 교과서 시행을 반대하고 있으며, 아이에게 스마트폰 대신 공부폰을 사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종 결정문이 배포된 현재 상황에서 교육부는 휴대전화 사용 문제를 학교장의 책임으로 넘기는 미봉책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이미 학교나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교사와 학부모가 청소년 휴대전화 폐단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등의 ‘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캠페인 운동에 착안하여 한국형 ‘휴대전화 없는 학교-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부와 경기도 교육청도 ‘휴대전화 없는 학교-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운동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공론화 과정을 만들어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민단체도 참여하도록 해야 하며, 정책연구, 설문조사, 도의회와 협조, 타시·도교육청(시·도교육감)과 연계, 국회 및 국가교육위원회와의 연계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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