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노릇 기재부’ 개혁에 민주·혁신 공감…‘예산 기능’ 대통령실로 갈까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 이후 기획재정부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 개편 필요성을 입 모아 말했고, 조국혁신당은 당 차원에서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다만 개혁 방향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혁신당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 예산실을 분리해 대통령실에 예산처를 만들고, 기획재정부는 재무부로 명칭을 바꾼 뒤 금융위원회 금융산업 정책 파트까지 합쳐 경제정책과 국내외 금융정책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뼈대다. 기재부 개혁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규근 혁신당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당은 강령에 기재부 개혁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자료를 준비했고, 오늘 최종적으로 개혁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것”이라고 했다. 차 위원장은 “민주당과 따로 협의하거나 논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개혁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이관하고, 예산처는 국무총리 산하에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오 의원은 한겨레에 “작년 국정감사 때부터 계속 (기재부를) 분할하자고 주장해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뉜) 그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수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도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정일영 민주당 의원 주관)에서 “기재부 예산실은 국무총리 산하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오기형 의원 안을 포함해 현재 민주당 안팎에선 크게 세 가지 개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날 혁신당에서 발표한 대통령실 아래에 기획예산처를 두는 방식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총리실에 예산처를 두는 것은 의원내각제를 하는 나라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예산 편성 기능이 대통령실에 있어야 한다”(28일 토론회)고 강조했다.
우려되는 지점은 대통령실로 권한이 더 집중된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예산 기능을 관료들한테 주는 것이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예산 기능이 대통령실로 가는 것이 투명성과 책무성을 제고하는 길이고 견제는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도 이날 이런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국가재정전략회의라는 견제 기구를 만들고, 거기서 국회의 사전 예산 심의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일방적으로 대통령 권한만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재의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부로 분리하는 방안(허성무 민주당 의원 발의) 등이 거론된다. 또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부문을 재정부로 합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 형태로 바꾸자는 방안도 민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의 기재부 조직과 권한에 문제가 있다는 부분까지는 민주당 내부의 공통된 시각이다. 28일 열린 토론회에는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 중 절반이 넘게 참여했는데, 대부분 기재부 개혁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정일영 의원은 “기재부가 너무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기재위에서는 다 공감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도 “기재부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재위 위원들 생각이다. 물론 향후 선대위 정책본부나 당 차원에서 별도의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오기형 의원은 “기재부를 어떤 식으로든 개편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하지 말자는 (당내) 의견을 아직 들어보진 못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재부 분리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개혁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예산 편성 기능을 대통령실에 둘 거냐, 총리실에 둘 거냐 등 여러 논의가 나왔는데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 부처 내부에서도 찬성도 있지만 반발도 있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나면 최종 논의를 거쳐 결국 이 후보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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