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의 돈 다발, 한국은행 ‘관봉권’은 어디서 왔을까?

곽창렬 기자 2025. 4.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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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개인이 ‘사용권’ 관봉권 보유하는 경우, 극히 드물어

지난해 12월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발견한 현금 1억6000만원 가운데 5000만원은 5만원짜리 1000장을 묶은 다발을 비닐로 포장한 뒤 위쪽에 한국은행 도장을 찍은 이른바 ‘관봉권(官封券)’이다. 2022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 때도 관봉권으로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봉’이란 관(정부기관)에서 밀봉했다는 뜻이다. 과거 관공서에서 서류에 도장을 찍어 밀봉하던 데서 유래했다.

검찰이 지난해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압수한 5천만원 신권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전씨의 자택에서 나온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된 돈뭉치./연합뉴스

관봉권은 화폐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한국은행이 보증했다는 뜻으로, 신권과 사용권 등 두 종류로 나뉜다. 신권 관봉권은 한국은행 의뢰를 받아 한국조폐공사가 갓 발행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싼 것이다. 사용권 관봉권은 시중은행들이 한은에 맡겼던 돈을 다시 찾아갈 때 사용된다. 전씨가 보관한 관봉권은 이 사용권에 해당한다.

한은으로부터 관봉권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금융사는 16개 국내 은행과 2개 외국은행 한국지점 등 21곳에 불과하다. 개인은 수령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씨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은 한은을 통해 시중은행으로 전달된 돈이 흘러들어 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5만원짜리 관봉권의 경우 5000만원을 한 묶음의 비닐포장으로 묶은 뒤, 이 묶음 10개(5억원)를 다시 비닐로 포장한다. 은행들은 한은에서 받은 관봉권을 출납실에 보관했다가 전국 각 지점이나 영업점 요청이 있을 때 반출한다.

드물긴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한은 직인이 찍힌 신권 관봉권을 VIP 고객에게 그대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마크가 찍힌 포장이 가치가 있다고 요청하는 고객에겐 간혹 신권 관봉권을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용권 관봉권은 소장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씨 같은 개인이 보관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통상 은행 지점들은 사용권 관봉권을 그대로 개인 고객에게 지급하지 않고 필요한 액수만큼 나눈 뒤 자기 은행의 띠지로 바꿔 묶는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보관한 관봉권의 출처가 대통령실(옛 청와대)이나 국가정보원 같은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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