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일 때 영웅이 되는 우리···마블 신작 ‘썬더볼츠*’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는 고유명사를 넘어 대명사가 됐다. 마블 히어로들을 떠올리면 세상을 구한다는 정의감으로 들끓는 초능력자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30일 개봉한 마블 신작 <썬더볼츠*>는 이 같은 ‘전통적 영웅상’에 균열을 낸다. 어벤져스가 없는 시대, 능력도 사회성도 부족한 영웅이 탄생한다.
영화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의 명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옐레나(플로렌스 퓨)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옐레나는 “내가 좀 이상해. 텅 빈 것 같아”라며 언니(<블랙 위도우>의 나타샤 로마노프)가 죽고난 뒤의 공허함을 읊조린다. 그는 이 공허함에서 벗어나고자 바쁘게 일을 한다. 인류를 구하겠다는 대단한 희생정신으로 작전을 펼친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썬더볼츠 팀’의 시작은 발렌티나의 음모다. 서로를 죽일 뻔했던 이들이 얼떨결에 한 팀이 되고, 끝내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과정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썬더볼츠라는 이름은 옐레나의 어린 시절 축구팀 이름에서 따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영웅이라 칭하기엔 어딘가 어설프다. 하늘을 날 줄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서로를 의지한 채 높은 기둥을 올라가야만 한다. 한물간 영웅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이 운전하는 차는 방탄이 되지 않는다.
<썬더볼츠*>는 인간적인 영웅을 그렸다. 외부의 악당에 맞서는 모습이 주를 이루는 기존 히어로물과 달리,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싸우는 모습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들은 ‘과거의 나’를 용서하거나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옐레나를 비롯해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와 고스트(해나 존-케이먼)는 저마다 꺼내보고 싶지 않은 기억 상자를 품고 살아간다. 임상 시험을 거쳐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 밥(루이스 풀먼)이 자신의 내면을 깊게 탐구하는 장면은 기존 히어로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감동을 선사한다.
그레이스 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이날 화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저희 영화는 주변에 있는, 땅 위를 걷는 히어로”라며 “다른 마블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독특한 지점”이라고 했다. 간담회에 함께한 해리 윤 편집 감독은 “지금까지 봐온 마블 작품의 전투와는 달랐다”며 “무언가를 무찌르고 파괴하는 게 아니라 치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블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영화들이 작품성이나 흥행 양면에서 고전했다. <더 마블스>(2023)는 69만명, <데드풀과 울버린>(2024)는 197만명,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165만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런 만큼 <썬더볼츠*>가 마블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오랜만에 볼 만한 마블 영화가 나왔다. 제목에 붙은 별표(*)의 의미도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러닝타임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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