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주년, 인천의 새 도약] (6) 균형 발전과 도시 정체성
[인구·교육·교통 격차]
급속한 도시 개발·성장 이면
신도시 과밀·원도심 공동화
인프라 불균형·부작용 양산
[성장 속도·방향 재정립]
해법은 원도심 활성화 정책
2차 도시철도·복지 플랫폼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막대한 사업비 마련이 관건


"우리는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과거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남긴 말로, 도시 공간이 사회 구성원 삶과 지역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는 의미다.
인천은 국내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급속한 도시 개발을 통해 눈부신 변화를 이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도심과 신도시 간 양극화와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으며, 주민 삶의 질에서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하나의 도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미래가 공존하는 인천은 이제 발전 방향을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인구 격차, 불균형의 시작
인구는 도시 발전을 견인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난달 기준 인천 인구수는 302만1010명으로, 10년 전인 2015년 290만8418명과 비교하면 3.87%(11만2592명) 증가했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원도심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간 인구가 증가한 자치구는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중구와 서구, 연수구에 그쳤다.
인천시 인구정책 종합계획(2024~2028) 수립 연구용역 보고서도 인천 10개 군·구 간 인구 규모 편차를 나타내는 '인구집중지수'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또 수도권 주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인천지역에 대규모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원도심이 쇠락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더 큰 문제는 인구 격차가 도시 균형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사회 양극화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도심에서는 재정 투입과 민간 투자가 위축돼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과밀화된 신도시에서는 수요 과잉으로 인한 주거 환경 악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지자체 개입이 요구된다.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이 제시한 주요 해법은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쇠퇴하는 내항을 재개발해 시민에게 돌려주고 주변 일대 원도심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개발 사업이 아닌 인천 균형 발전과 도시 정체성 회복을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자 인천이 하나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출발점인 것이다.

▲교육 격차, 같은 도시 다른 출발선
원도심과 신도시 간 불균형 문제는 교육 환경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교육 격차는 단순히 학력 수준 차이를 넘어 교육 인프라와 진학률 등 교육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의 '2024학년도 지역별 특목고·자사고 진학률' 자료에 따르면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한 인천지역 학생 1179명 중 648명(55%)이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송도지역 중학교 졸업생 2537명 중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과학고에 입학한 학생은 411명(16.2%)에 달했다. 영종은 1084명의 재학생 중 145명(13.3%), 청라는 1630명 중 92명(5.6%)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영종을 제외한 중구 원도심에서는 중학교 졸업생 538명 중 단 5명(0.9%)만이 특목고·자사고에 입학했으며, 동구에서도 해당 학교에 진학한 졸업생이 398명 중 4명(1%)에 불과했다.
수준 높은 교육 인프라가 형성된 신도시에서는 과밀학급과 사교육 문제가, 원도심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 통폐합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에는 오는 2029년까지 각각 학교 5곳이 추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에 시는 교육 공공성과 형평성 회복을 위해 다른 지자체의 우수 정책을 적극 도입하는 등 교육 격차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대표 교육복지 플랫폼인 '서울런'을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시는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유명 사설 인터넷 강의 수강권과 일대일 멘토링 등을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유 시장은 "2700만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에서 정책이 성공해야 전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서울시와 함께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시행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했다.

▲교통 인프라 격차, 원도심 고립
도시 교통망은 시민들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생활 밀착형 인프라다. 특히 인천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교통 인프라 구축과 확장이 도시 발전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인천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인천지하철 1호선·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공항철도 등 대규모 교통망과의 연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원도심 지역은 여전히 대중교통 환승 편의성이나 광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주민들이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시는 '제2차 인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안'에서 인천 순환 3호선 일부 구간을 1순위 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원도심 주민의 교통 편의 증진에 주력하고 있다.
이 철도 사업이 실현되면 송도에서 동인천역·청라를 거쳐 검단신도시를 잇는 총길이 34.64㎞, 19개 정거장이 반영되며 그동안 지하철이 없던 동구에도 도시철도가 들어서게 된다. 다만 막대한 사업비 조달 방안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인천 순환 3호선 건설에 드는 비용은 약 3조2179억원으로 추산된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19일 개최된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국가 재정이 좋지 않아 철도 사업이 행정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재정이 투입되지 못해 지연되는 상황이 많다"며 "계획 단계에서 재정 조달 방안을 광범위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는 중구 원도심 지역인 인천역 인근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16.6㎞를 연결하는 제2공항철도 건설 사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제2공항철도 구축이 실현된다면 인천발 KTX로 연수구 원도심에 몰려드는 방문객들이 인천역 일대를 경유하면서 낙후됐던 원도심이 공항과 연계된 새로운 교통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은 교통·해양·항공·물류를 아우르는 도시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시민과 함께 소통하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인천 가치를 한층 더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시민 삶의 질 증대·국제 경쟁력 강화 중점
2040년 인천도시기본계획

'어디서나 살기 좋은 글로벌 도시 인천'
인천시가 올해 '2040년 인천도시기본계획 변경안'에서 새롭게 제시한 도시 미래상이다.
도시기본계획은 공간 구조, 토지 이용과 관련된 각 분야의 부문별 계획과 정책에 우선하는 최상위 공간 계획으로, 지자체가 수립하는 모든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침 역할을 한다.
시는 도시 미래상을 실현하기 위해 원도심과 신도시 간 균형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3가지 핵심 전략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편리한 일상 생활권과 유연한 토지 이용 제도 운영 ▲원도심 공간 구조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강화·옹진 등 섬 지역 특화 개발과 지속 가능성 강화 등이다.
시는 인구 분포와 개발 밀도의 균형을 맞춰 생활편의시설 입지를 적절히 배치하고 대중교통망을 강화해 생활 거점 간 연결을 촉진하는 등 일상 생활권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도시 외곽에 있는 공유수면 매립지에는 건축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이후 용도지역을 결정하는 '시차 지역제'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인고속도로·경인전철 지하화와 인천대로 중심 환승·복합개발을 추진해 단절된 원도심을 연결하고 상부 공간을 조성해 신도시와의 물리적·기능적 연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강화·옹진 도서지역 해양 자원을 활용한 특화 개발로 기초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성장을 촉진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우선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영종국제도시와 연계한 공항 경제권과의 상승효과를 극대화해 그린바이오·해양치유지구 등 특화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 백령공항 건설 이후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해 도심항공교통(UAM) 노선을 구축하고 여객선 지역 주민 보조금 확대를 통해 서해5도 주민 생활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철 시 도시계획국장은 "204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은 인천 전역에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