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개발 과학자 "30년 전 아무도 관심 없던 물질, 블록버스터 됐다"
당뇨·비만 동시 치료, 약효유지 기술 도입
비만 치료 혁신 기여에 노벨상 유력 후보
위고비 성분으로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1994년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로테 비예르 크누센 박사에겐 단 한 명의 팀원도 없었다. 남아 있던 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라는 물질뿐이었다. 당시만 해도 수많은 신약 후보물질 중 하나에 불과했던 GLP-1은 약 30년이 지난 지금, 없어서 못 파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됐다.
크누센 박사는 비만 치료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래스커-드베이키 임상의학연구상을 받았다. 유력한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 덕분에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블록버스터 신약 위고비와 '삭센다'를 출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수석 과학고문으로 여전히 노보 노디스크에서 연구를 이끌고 있는 그를 지난 22일 화상으로 만났다. 크누센 박사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다.
그는 "당시에는 비만 치료에 집중하는 게 이상하게 비쳤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30년 전을 회상했다. GLP-1는 혈당을 낮추는 기능이 확실했지만, 체내에서 금방 파괴되는 단점이 있었다. 체중 감량 효과도 그땐 부작용으로 인식돼 경쟁사는 개발을 포기했다. "한 물질로 당뇨병과 비만을 동시에 치료하는 게 왜 안 되겠나"라는 생각으로 개발을 밀고 나간 그는 결국 24시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답을 찾아냈다.
크누센 박사는 신약 개발 성공의 3가지 조건으로 △우연이 아닌 올바른 방향성 △연구자의 집념 △기업의 전략적 판단을 꼽았다. 이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 삭센다와 위고비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발 과정에서 직면한 문제들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크누센 박사 자신도 GLP-1을 치료가 아닌 예방의 시각으로 달리 바라보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위고비 성분으로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4,0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연내에 임상 3상을 마칠 계획이다. "뇌 염증을 정상화하는 작용을 입증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될 것"이라며 크누센 박사는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세계 의약품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GLP-1을 그는 "오묘한 물질"이라고 표현했다. 호르몬이면서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해서다. 당뇨병과 비만 외에 심혈관질환, 뇌질환으로 치료 영역이 확장될 수 있고, 제형(약물의 형태)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크누센 박사는 "앞으로 환자의 수요에 따라 개발 양식이 다양해질 것"이라며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치료 효과를 입증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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