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천막농성 1년…“윤석열 파면됐어도, 망가뜨린 물 정책은 제자리”

최예린 기자 2025. 4. 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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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농성 1년째 된 날인 지난 29일 오후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세종시 환경부에서 세종보까지 행진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꼬박 365일, 천막 치고 금강을 지킨 사람들의 노래가 세종시 도로 위로 흘러넘쳤다. “흘러라 강물아” 노래하며 춤추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정부세종청사 건물 능선을 타고 넘실댔다. 지난 29일은 이들이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금강에 천막을 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계절이 네 번 바뀌고 다시 봄이 오는 사이 ‘강을 다시 망가뜨린’ 그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아직 그들의 천막농성은 종료되지 못했다.

이날 오후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1년 투쟁문화제’엔 지난 1년 동안 함께 천막농성장을 지킨 전국의 시민·환경단체와 시민들이 함께했다. ‘금강 새박사’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문화제 사회를 봤고, 밴드 프리버드의 보컬인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록 비트에 맞춰 노래했다.

지난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1년 투쟁문화제’에서 밴드 프리버드의 공연에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이들이 1년 넘게 금강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인 건 윤석열 정부 때문이다. 2023년 9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공동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요 하천 관리 방향에서 ‘자연성 회복’을 삭제하고 4대강 보를 모두 존치하는 내용의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4대강 보를 다시 활용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문 뒤 그해 7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때 마련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해체와 개방)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식의 감사 결과를 내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완전 개방 6년 만에 세종보 재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보를 수리한 뒤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엔 일부 수문을 시험 작동하기도 했다. 최민호 세종시장(국민의힘) 역시 ‘금강에 물을 채워 레저·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며 세종보 재가동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 시장이 지난 3월27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만나 세종보 재가동을 요청하자 김 장관은 “(최 시장 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재가동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문성호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공동대표가 지난 29일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세종보 천막농성 1년’을 맞아 진행한 거리행진을 이끌고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 29일 세종보 앞에서 풍물패가 ‘세종보 천막농성 1년’을 맞아 거리행진을 하고 도착한 환경단체와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대통령이 파면된 뒤에도 이어지는 ‘세종보 재가동’ 움직임에 보철거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는 지금도 세종보 상류 800m 지점에 설치한 천막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종보는 2018년 완전 개방 이후 가장 극적으로 생태가 복원된 ‘4대강 재자연화’의 증거이자 상징인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으로 세종보는 아직 닫히지 않았고, 세종의 금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투쟁문화제 뒤 문성호 보철거시민행동 공동대표의 출정선언문 낭독으로 시작된 거리행진은 1시간30분 동안 환경부에서 한누리대로를 따라 세종보가 있는 금강까지 이어졌다. 금강에 도착한 사람들은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라 새긴 깃발을 들고 풍물패 장단에 맞춰 다시 어깨춤을 췄다.

지난 29일,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365일째 금강을 지키고 있는 한두리교 아래 천막농성장 모습. 최예린 기자

선두에서 대오를 이끈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난해 4월 ‘이걸 치긴 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지’ 생각하며 사실 앞이 깜깜했다. 하루하루 그 내리막길에 발을 디디며 잘하고 있는가, 더 무엇을 해야 바꿔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며 버티고 있다. 몸도 마음도 전부 쏟아내며 365일 동안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섰고, 긴장하던 마음은 오히려 이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단단해졌다. 비록 몸은 마이너스 통장이 되었지만, 이길 때까지 쓰러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전의를 다졌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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