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립부 탄 인텔 CEO "파운드리 사업 계속할 거냐고요? 예스!"
유명 인사 등장·깜짝 발표 없이
'연말 1.8나노' 등 계획 재확인
"고객 존중하고 신뢰 되찾겠다"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많은 분들이 물었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계속할 생각이냐'고. 제 대답은 '예스'(yes·그렇다)'입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포럼. 취임 뒤 처음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행사 무대에 오른 립부 탄 CEO가 이렇게 운을 뗐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부터 테크업계에서는 인텔이 마이너스 사업인 파운드리를 분사시킬 것이라는 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경영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에 맡기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분사는 없을 것이며, 파운드리 사업에 계속 정진할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탄 CEO는 실적 부진으로 사실상 해임된 팻 겔싱어 전임 CEO에 이어 인텔의 '구원투수'로 지난달 등판했다. 그의 체제에서 처음 열린 이날 파운드리 포럼은 지난해 행사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작년 행사에는 지나 러몬도 당시 상무장관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영상으로 등장하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직접 무대에 올라 겔싱어 CEO와 대담했다. 원래 올해 도입이 목표였던 1.8나노(㎚·10억 분의 1m) 공정 양산 시점을 1년 앞당기겠다고 깜짝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사도, 반도체 업계를 들썩이게 할 만한 발표도 없었다. 다소 밋밋한 행사를 두고 현장에서는 "인텔의 쇠락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지만, "탄 CEO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화려한 쇼보다 내실을 훨씬 중시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이날 인텔의 발표 내용 역시 야심찬 목표보다는 '차질 없이 수행 가능한' 계획을 공유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탄 CEO는 지난해 도입에 실패한 1.8나노 공정 양산을 연말 시작하겠다고 강조하고, 2027년에는 1.6나노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16나노 구형 공정에서 미디어텍 같은 고객사를 확보했다고도 그는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은 첨단 공정의 대량 수주를 '자랑'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례적으로 구형 공정 고객사를 언급한 것이다. 구형 공정은 첨단 공정만큼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꾸준한 매출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탄 CEO는 '신뢰 회복'을 시작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기존처럼 인텔이 일방적으로 조건을 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며 "고객의 작업 방식을 존중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피드백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를 호령하던 과거의 영광은 잊고, 낮은 자세로 고객사들의 신뢰를 되찾아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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