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볼츠*ㅣ 마블을 다시 믿어보고 싶게 만든 127분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2025. 4. 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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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5 마지막 작품에 다다라서야 마블 영화에 한줄기 빛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페이즈5는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 '마블스', 데드풀과 울버린, 2대 캡틴 아메리카가 출격했지만, 흥행과 평가에서 이전과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마블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끝나는 듯했다. '썬더볼츠*'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땐 마블 영화의 조연 캐릭터들을 모아서 얼마나 새로운 팀을 꾸릴까, 어벤져스 원년 멤버들에 비하면 어림없다는 생각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썬더볼츠*'는 마블 영화를 둘러싼 우려와 실망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마블 영화에 '어벤져스가 없는 공허함'을 시원하게 인정한다. 앤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솔로 무비 시리즈도 신통치 않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일단 3편으로 시리즈가 끝난 상태고, 관객들은 여전히 원년 '어벤져스' 멤버들이 활약한 MCU 전성기 시절을 그리워하니 마블의 속은 갈수록 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썬더볼츠*'는 마블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맞닥뜨리는 데서 시작한다.

어벤져스가 없는 시대에 믿을 만한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관객만큼이나 MCU 세상에서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 드레이퍼스)의 입을 통해 전한다. 발렌티나의 계략으로 2대 '블랙 위도우' 옐레나(플로렌스 퓨), 캡틴 아메리카 자격을 박탈당한 'U.S 에이전트' 존 워커(와이엇 러셀), '앤트맨과 와스프'(2018)에 등장했던 빌런 '고스트'(해나 존케이먼)가 한자리에 모인다. 여기에 러시아 슈퍼 솔저 일명 '레드 가디언'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데이비드 하버), 국회의원이 된 '윈터 솔져' 버킨 반즈(세바스찬 스탠)이 합류하면서 썬더볼츠 팀이 탄생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들은 하나 같이 어두운 과거를 지녔다. 옐레나는 어린 시절부터 암살자로 길러져 언니 같은 존재 블랙 위도우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를 잃고 트라우마와 상실감에 휩싸인 채 청부 일을 하고 있고, '짝퉁 아메리카' 취급을 받는 존 워커와 고스트도 과거의 잘못과 상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악행에 대한 버키의 죄책감과 트라우마는 마블 영화 팬이라면 너무도 잘 알 것이다. 레드 가디언 역시 영웅을 꿈꾸다가 국가로부터 버려졌고, 과거 위장 임무에서 딸이었던 옐레나도 만나지 않고 루저처럼 살아간다. 

'썬더볼츠*'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빤한 공식이긴 하지만) 이들이 팀이 되는 과정과 빌런에 맞서는 이야기를 좀 색다르게 느끼도록 만든다. 일단 CG를 최소화해 MCU 전성기 시절의 현실감을 되찾았다. CG 범벅도 마블 영화를 보는 피로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였는데, CG를 줄이고 깔끔한 액션으로 단장하니 보는 맛이 되살아난다. 초반부 옐레나의 그림자 액션, 예고편으로 공개된 사막 추격전을 보면 마블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납득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음으로 빌런 사용법이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밥(루이스 풀먼)이 빌런으로 변할 것을 관객들이 인지한 상황에서 썬더볼츠 멤버들과 밥이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극이 끊임없는 재미를 유발한다. 밥은 마블 세계관에서 신과 같은 강력한 히어로 '센트리'와 타노스의 핑거스냅처럼 사람을 그림자처럼 잿더미로 만드는 다크 히어로 '보이드'로 변한다. 영화에선 구세주인 전자보다 후자인 파괴자의 모습이 더 인상적인데, 전형적인 빌런으로 그려지지 않고 일회성 캐릭터도 아니어서 눈길이 간다. 

마지막으로 '썬더볼츠*' 캐릭터들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초능력 없음. 히어로 없음. 포기도 없음'이라는 홍보 문구가 막상 영화를 보면 관객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고 할까. 물론 상업적 성공을 위해 원작 코믹스의 여러 썬더볼츠 팀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영화화를 위한 새로운 팀을 꾸렸음에도 이들의 조합이 작위적이지 않다. 심지어 빌런의 고통조차 이해할 정도다. 어떻게 버티느냐는 질문에 "매일 애쓰는 거지, 포기 안 하고"라고 대답하는 한 인물의 대사는 관객들의 '버티는 마음'을 달래준다. 슈퍼히어로만 힘든가, 안티히어로도 힘들고, 우리(관객)도 힘들다. 그러니 모두가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인정하고 "실수했을 때 의지가 되는 존재"가 되어 보자. 이 대사가 '썬더볼츠*'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썬더볼츠*'를 보기 전후에 제작진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에 이어 블랙 코미디의 짜릿함을 선사한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은 꺼져가는 마블 영화에 대한 기대에 다시 불을 지피는 데 성공한다. 각본, 촬영, 편집, 음악도 제 역할을 해낸다. 어벤져스를 넘어서려고 무조건 새로운 슈퍼히어로 캐릭터만 등장시키는 게 해결책은 아니다. 연출의 개성, 영화 자체의 완결성, 쿠키의 효능 등 신중한 취사선택이 맞물려야 호불호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썬더볼츠*'가 보여 준다. 

썬더볼츠 팀이 무사히 신고식을 마친 MCU는 이제 페이즈6에 접어든다. 오는 7월 마블 최초의 슈퍼히어로 가족 '판타스틱 4'를 리부트한 영화 '판타스틱: 새로운 출발'이 찾아온다.  2026년에는 초 기대작 두 편이 대기 중이다. 어벤져스, 썬더볼츠, 판타스틱 4 멤버 들과 원조 엑스맨 캐릭터들까지 합류한 '어벤져스' 5편 '어벤져스: 둠스데이', 새로운 트릴로지 시리즈인 '스파이더맨' 4편 '스파이더맨: 브랜든 뉴 데이'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제 마블도 알고, 관객도 안다. 영웅 없는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서로 돕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슈퍼히어로들이 똘똘 뭉친 협동 작전을 이제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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