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과 이별하는 K-기획사들 "돈 안되고, 관리 까다롭고" [TD점검]

김지현 기자 2025. 4. 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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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강동원, 차승원을 내주더니 이수혁, 유인나도 내보냈다. 굴지의 K엔터 기업들이 배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속된 말로 ‘돈은 안되는데 관리는 까다로워서'다

YG, 고민 끝에 배우 사업 철수 결정 - 씨제스, 생존 위한 쇄신

지난 1월 YG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YG스튜디오플렉스 문을 닫았다. 설경구, 류준열 등이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축소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철수했다. 배우를 통해서는 도통 수익이 나지 않자,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 기준 YG는 지난해 36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건 배우들과의 이별이다. 계약 만료를 앞둔 배우들을 잡지 않았다.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에 대한 YG의 회의적인 시각은 2022년 재계약을 앞둔 강동원에게 YG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찌감치 감지됐다. 엎친 데 덮친 격 매출 주역인 지드래곤과 블랙핑크가 떠나자 수익성이 전무한 배우 사업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가중됐다.


YG의 배우 사업과 관련된 최근 매출 기록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YG는 2014년부터 투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차승원, 강동원, 이종석 등 대어급 배우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상장사가 기업 가치를 높히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사실상 YG 소속 배우들의 활동이 YG의 경영 이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경우는 드물다. 이는 SM, JYP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YG와 달리 연기자들이 주축인 씨제스가 배우 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다. 씨제쓰는 한 때 상장을 준비할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이었다. 설경구, 류준열은 물론 오달수, 라미란, 박성웅까지 소위 몸 값이 높은 배우들을 다수 거느리고 있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제스는 2024년까지 5년여 동안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723억 원의 매출을 내며 증가 추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5억, -5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씨제스가 최근 8인조 보이그룹 휘브 제작에 100억 원의 자본을 투자한 것이 경영난을 가져왔다고 지적하지만,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들의 재정적 어려움은 씨제스는 물론 배우 사업을 하는 K엔터사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OTT 등장으로 귀한 몸 된 스타 배우들, 근데 왜 회사는 못 벌까

국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은 왜 보릿고개를 지나게 됐을까. 한 배우 메니지먼트사 대표는 "K팝 기업은 아티스트가 떠나도 직접재산권(IP)를 자체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사업이 다각화 돼있지만, 배우 사업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우들의 수익 창출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다. 아이돌에 비해 활동이 드물고, 기간도 짧다. 네임 벨류가 높은 배우들은 1년에 한 작품도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휴식기에는 광고 활동에 집중하지만 매니지먼트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극히 일부다. 9:1 비율인 경우가 많은데 기획사 배분율인 '1'에서 배우에게 필요한 스타일리스트 비용 등 유지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것은 없거나 적자다.

기울어진 배우 사업은 최근 급속도로 냉각된 국내 제작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씨제스를 포함해 국내 배우 매니지먼트사는 제작 사업을 함께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스팩토리, 골드메달리스트, BH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정착은 국내 배우 매니지먼트와 중소 제작사들의 기반이 흔들리는 직간접적인 원인이 됐다. 과거 국내 드라마 제작은 제작사와 방송사의 공통 투자로 진행됐다. 수익의 근원은 광고다. 시청자들은 간접 광고를 반기지 않지만, 콘텐츠의 수익 창출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쓴소리를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제작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출처는 광고 뿐이다. 여기에 해외 판권 판매, VOD 출시 등 IP 통해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글로벌 OTT는 이 모든 걸 바꿔놨다. 유통 구조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국내 기존 콘텐츠 투자비 보다 높은 비용을 투자하고 이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 10년여 간 홍수처럼 쏟아진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국내 제작사는 ‘돈 안 들이면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었다’며 좋아했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었다.


IP를 보유하지 못한 제작사는 넷플릭스가 지급하는 수수료에 만족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돈을 번 건 한국이 아니다. 넷플릭스 본사다. 미국 시청자들은 ‘오징어 게임’을 한국인들이 출연한 미국 드라마로 여긴다. 콘텐츠의 주인은 IP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질도 좋아졌고 양도 늘었는데 어쩐지 한국 시장은 가난해졌다.

결국, 극소수 스타 배우들만 번다

결국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 흥행을 기록해도 부가 수익을 낼 수 없는 '을'의 입장이 됐다. 몰론 '을' 안에서도 '갑'은 존재한다. 글로벌 흥행작 출연한 배우들이다. 억소리나는 출연료를 손에 쥐고, 평균 몸값이 급등하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OTT 기업의 경쟁은 스타 배우들의 회당 평균 출연료를 5~10억 원으로 급등시켰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결국 OTT 시대 이후 콘텐츠로 수익을 얻는 자는 해외 본사와 극소수의 국내 배우, 감독, 작가 몇 명 뿐이다. 기획사가 그런 배우를 보유한들 그림이 떡이다.

유독 배우 사업에서 두드러지는 불합리한 수익 배분 문제와 기형적으로 변모한 제작 시장은 국내 기획사들의 발목을 잡아 성장치 못하게 했다. 매년 최고가를 경신하는 배우들의 출연료와 이로 인해 급등한 평균 제작비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K배우, 제작 사업이 극소수만 수익을 보는 일방적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배우 사업 전반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현상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출연료는 다 가져가고, 광고비 배분율은 1에 불과한데 유지비가 만만치 않게 든다. 향후 3~5년 이내 문을 닫는 배우 기획사들이 많아질 거다. 중국 자본 투자도 크게 줄었기 때문에 돌파구가 없다"

한 배우 기획사 대표의 한숨 섞인 한탄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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