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프링클러 없는 목조 문화재 지키려면… "수관수막타워 등 자동 소방설비 설치를"

강지수 2025. 4.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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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괴물 산불' 한 달]
전국 목조 문화재 548곳 전부 '수동 소화'
2012년부터 자동 산불소화시설 상용화
산림청에 요청·설치... 이번 현장엔 없어
"완전히 달라진 산불... 체계적 고민해야"
산불소화시설인 수관수막타워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산림청 제공
자동 산불소화시설로 1m마다 우유갑 한 팩(200ml) 정도 물만 부어놔도 화마로부터 목조 유산을 지킬 수 있어요.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문화재방재연구소장)

지난달 영남 지역을 할퀸 산불 현장 곳곳에선 '문화재 사수전'이 벌어졌다. 수많은 산림청·소방 인력이 투입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안동 병산서원 등 목조 건축물 위로 연신 물을 뿌린 덕에 그나마 화마를 피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탓에 산불의 기세가 점점 포악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람의 손 대신 자동소화장치를 이용한 문화재 방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에서 제출받은 '목조 국가유산(문화재) 방재시설 현황표'를 분석한 결과, 국내 목조 문화재에 자동소화설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보 21건 △보물 22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196건 △사적 108건 등 총 548곳의 국가유산에는 소화기, 소화전, 방수총 등 '수동 소화설비'만 있었다. 거센 불길로 인명 피해가 우려돼 소방인력이 철수할 경우, 불에 타는 모습을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에 자동소화설비 확충 필요성이 학회나 의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달 16일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회의에서도 연규식 의원은 "문화유산 주변에 스프링클러 역할을 하는 산불 소화시설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 주변에서 산림·소방 당국이 건물과 나무에 물을 뿌리면서 산불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소방인력은 24시간 교대로 밤샘 작업했다. 연합뉴스

한국식 '자동 수막 설비'… 이번 현장엔 없었다

일본 와카야마현 고야산 어영당에서 상향방수식 수막시설이 작동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처럼 목조 고찰들이 많은 일본에선 '자동 살수'가 기본이다. 일본 사찰들은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지붕 위엔 물을 뿌리는 자동 시설이 설치돼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목재 문화재는 초동 진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소화전이나 호스는 수동으로 사람이 직접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긴박한 상황에선 우왕좌왕하게 되고, 특히 야간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며 자동식 소화설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지붕까지 목재로 된 경우가 많아 이런 설비가 절실했다고 한다.

다만 일본 사례를 무작정 따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형이나 문화재 건축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당시 낙산사에 화마가 덮친 것을 계기로 맞춤식 자동소화시설이 개발돼 10여 년 전에 상용화됐다. '수관수막타워'로 불리는 대형 전봇대식 스프링클러가 대표적이다. 보호대상 시설 주변에 높이 25m 시설이 100m 간격으로 3개 정도 설치돼, 나무보다 높은 위치에서 360도 회전하며 물을 분사할 수 있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문화재방재연구소장) 연구팀이 개발한 이 시설은 원격 제어가 가능해 산불을 초기에 잡는 데 효과적이다. 산불 위험 시기에 미리 땅을 적셔 화재를 예방하는 기능도 있다. 목조 문화재, 국가 에너지시설, 전통사찰, 자연휴양림 등에 주로 설치된다.

휴양림 인근에 설치된 수관수막타워에서 물이 분사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지난해까지 13년간 전국에 248대가 순차적으로 설치됐지만, 이번에 산불이 난 문화재 주변에선 이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산림청은 2012년부터 매년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요를 취합해 평가기준에 맞는 경우 시설을 설치해왔다. 올해도 14개소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수관수막타워를 1대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억5,500만 원 정도인데 국비로 40%가 지원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 배정하는 예산은 10년 전과 거의 똑같은 수준이다. 천년 숨결을 위협하는 산불 대비 시설 설치를 가로막는 요인에 결국 '돈'이 있다는 얘기다. 산림청은 지난달 31일 국가유산청에도 처음으로 자동 산불소화시설 수요를 물었고, 문화재 340여 곳의 설치 요청을 받았다.

최근 4년간 경북도 국가유산 소방점검 사항. 시각물=이지원 기자

"'재앙적 산불' 다가와... 답습은 금물"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일대 야산에 화선을 따라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스1

근본적인 산불 대응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 역시 주요 과제다.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국가유산방재학회장)는 "국가유산청 행정안전부 할 것 없이 범부처가 합동으로 사전 방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이참에 산림에 대한 개념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국가유산청에 소방방재 전문가를 확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근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서 각국 석학들과 머리를 맞댄 김 교수는 "미래 산불은 '아포칼립틱 파이어'(재앙적 산불)가 될 것이기에 늘 하던 방법을 답습하면 아무리 해도 안 된다"며 "정부가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차원이 다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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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913510002956)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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