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는 미 소비… 중국산 할인 상품에만 손길
버지니아주 월마트 침구 코너
인도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품절
“가격 오르기 전에 사려다 허탕”
인근 쇼핑몰 입점 매장들 줄폐업
아마존 ‘관세표기가격’ 한때 검토
페어팩스(버지니아주)=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 관세 정책에 미국 소비 시장은 이미 얼어붙고 있었다. 관세 여파로 물가가 오르자 세일 제품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가게들은 가격 인상 부담을 못 이겨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날 오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한 월마트 매장, 인도산 침구·시트 세트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중국산 제품은 파란색 한 세트를 제외하고 모두 품절이었다. 인도산은 12.84달러였고, 중국산은 14.94달러짜리를 11.50달러에 할인해 팔아서다. 50대 가정주부인 셰인은 “주말에 할인하길래 두 세트 샀다가 중국산 제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하길래 좀 더 사려고 왔는데 다 품절”이라고 말했다. 월마트 직원들은 대중국 관세 탓에 이 제품을 추가로 들여올지 확답도 못 했다. 은퇴한 70대 백인 남성 마이크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고 씁쓸해했다. 월마트에서 3㎞가량 떨어진 다른 쇼핑몰. 여러 백화점 매장과 옷가게, 식당과 즐길거리가 모여있는 곳이지만 평소보다 더 한산했다. 매장정리를 하고 있는 대형편집숍에는 90% 할인판매에 일부 여성 의류 제품만 남아있었다. 그 옆의 여성복 가게는 10달러 미만으로 특가 할인판매하고 있었다. 한 어린이 옷가게는 평일에는 점심 이후에만 영업을 한다며 문을 닫았고, 다른 가게는 아예 간판까지 내렸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모두 정상 영업했던 매장들이다. 어머니날(5월 11일) 행사를 하고 있는 백화점의 한 점원은 오후 1시가 다 돼 가는 시간에도 “오늘 아직 물건을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 심리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4월 소비자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가 전월 대비 12.5포인트 급락한 54.4로 1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세 여파에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일부 상품 가격에 관세로 추가된 금액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백악관의 “적대적이고 정치적 행위”라는 비난에 백지화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에게 전화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아마존은 이날 성명을 내고 “초저가 상품 ‘아마존 홀’(Amazon Haul) 스토어를 운영하는 팀이 특정 제품에 수입 비용을 표시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했으나, 이는 주요 아마존 사이트에 대한 고려 대상이 결코 아니었으며 아마존의 어떤 플랫폼에도 구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5가지 실수’로 관세 정책,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용, 이민자 추방 정책, 문화전쟁, 우크라이나 비판을 꼽았다. 사실상 지난 100일간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총망라한 셈이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 예상보다 훨씬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것은 가장 심각한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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