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자체는 재난관리기금 '최소 기준금액' 적립해 놨을까 [추적+]

이서연 연구원, 김정덕 기자 2025. 4. 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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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국민 안전 위한 재난관리기금
기금 편성 의무 법에도 명시
하지만 일부 지자체 법 무시
19곳 최저 기준도 충족 못 해
정부 차원서 상벌 명확히 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바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다. 국민은 정부와 지자체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법은 지자체에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일정 규모로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을 어기는 지자체들이 없지 않다. 왜 그런 걸까. 더스쿠프가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의 편성 현황'을 풀어봤다.

지자체가 재난관리기금을 법적 기준에 맞춰 편성하는 건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다.[사진|뉴시스]

"지방자치단체는 재난관리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재난관리기금을 적립해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67조1항의 내용이다. 2항에는 매년 최저적립액의 기준(최근 3년간 보통세 수입결산액 평균치의 10%)도 명시했다. 지자체가 미리 재난관리기금을 확보해서 이 예산으로 재난을 예방하란 취지다.

특히 행정안전부 훈령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는 "지자체는 법령 등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법정ㆍ필수적 경비를 세출예산에 우선 계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재난관리기금 역시 법정ㆍ필수적 경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본예산을 편성할 때 세출예산에 재난관리기금을 편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재난안전법과 행안부 훈령에 따라 재난관리기금을 반드시 확보하고, 본예산 편성 시 세출예산에 재난관리기금을 편성해야 한다. 기금을 적립하지 않거나 법에 정해진 것보다 모자라게 적립하면 법과 훈령을 위반하는 거다.

만약 재난관리기금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흡한 안전조치로 뜻하지 않은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재난 발생 후 긴급대응이나 응급복구가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그래서 행안부는 지자체가 재난안전법과 훈령을 잘 지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지자체가 1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이후에도 재난관리기금을 최저적립액만큼 확보하지 않는다면, 재난관리체계평가 점수를 깎거나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재난특별교부세 교부에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재난관리체계평가 점수는 재정적 인센티브나 국비지원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자체들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참고: 1차 추경을 편성하는 시점이 사실상 재난관리기금을 기준치만큼 확보해야 하는 기한이다.]

그런데도 법과 훈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지자체들이 없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올해 243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 적립 현황을 살펴본 결과다. 통계 결과를 공개하기 전에 분석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지자체들이 공개한 예ㆍ결산서와 기금운용계획서, 정보공개청구 등을 활용해 재난관리기금 전입금 자료를 수집했다. 이 바탕으로 법적 기준에 맞게 재난관리기금을 편성했는지 분석했다.

지자체들이 재난관리기금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는 건 위법한 행위다.[사진|뉴시스]

재난관리기금을 최저적립액보다 부족하게 편성한 것으로 확인된 '기금 부족 편성 지자체'의 경우, 담당 공무원과 통화 후 부족 편성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조치 계획도 청취했다. 그럼 결과를 보자. 2025년 본예산에서 재난관리기금을 최저적립액 기준을 충족한 지자체는 243곳 중 224곳이었다.

이 가운데 30곳은 최저적립액을 초과해서 적립했다. 특히 경북 의성군(548%), 전북 진안군(361%), 경북 울릉군(260%), 전북 부안군(246%), 경남 고성군(205%) 의 확보율은 200% 이상이었다.

여기서 확보율은 지자체별 재난관리기금 최저적립액 대비 2025년 본예산에 편성한 재난관리기금 전출금을 의미한다. 145곳은 기준치만큼 편성했고, 나머지 49곳은 미확보한 재난관리기금이 소액인 100만원 이하여서 확보율을 100%로 분류했다.

하지만 19곳(광역 3곳ㆍ기초 16곳)의 지자체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재난관리기금 최저적립액을 확보하지 못한 '기금 부족 편성 지자체'였다. 법과 훈령을 어긴 지자체가 지난해(15곳)보다 4곳 더 늘어난 셈이다.[※참고: 2024년 조사에선 15곳의 지자체(광역 4곳ㆍ기초 11곳)가 최저적립액에 못 미치는 재난관리기금을 편성했다.]

재난관리기금을 부족하게 편성한 광역지자체 3곳은 강원특별자치도ㆍ울산광역시ㆍ광주광역시였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기금 부족 편성 지자체'에 이름을 올렸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광주광역시는 4년 연속 '기금 부족 편성 지자체'였고, 계획을 물어도 '추경 일정 미정'이란 답변만 늘어놨다. 재난관리기금을 확보할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기초지자체 중엔 강원 춘천시, 경기 김포시ㆍ고양시ㆍ부천시ㆍ안산시, 경남 진주시 등 시市가 6곳이었다. 군君은 전북 순창군, 전남 곡성군ㆍ완도군ㆍ해남군, 경북 봉화군, 충북 단양군ㆍ영동군까지 7곳이었다.

구區는 인천 중구, 부산 강서구, 서울 서초구로 총 3곳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이 3곳, 경북이 2곳이었다. 이 가운데 인천 중구와 경기 고양시ㆍ안산시, 강원 춘천시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금 부족 편성 지자체'가 됐다.

이들 '기금 부족 편성 지자체' 19곳의 평균 재난관리기금 확보율은 54%에 불과했다. 지자체별로 재난관리기금 확보율은 편차가 컸다. 지자체 19곳 중 10곳의 확보율은 평균치보다도 낮았다. 광역지자체에선 강원특별자치도의 확보율이 36%로 가장 낮았고, 광주광역시(48%)와 울산광역시(65%)가 뒤를 이었다. 이들 3곳의 평균치는 50%였다.

기초지자체에선 경기 부천시(36%)를 제외하곤 모두 50%를 넘겼다. 경기 김포시(50%)와 안산시(58%), 강원 춘천시(52%), 서울 서초구(54%) 등은 최저적립액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로 재난관리기금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경기 고양시(67%)는 3분의 2, 전북 순창군(74%)은 4분의 3가량을 확보했다. 광주 서구(96%), 충북 단양군(98%)과 영동군(97%), 전남 곡성군(97%), 경남 진주시(99%)는 최저적립액을 거의 확보했다.

4년 연속 '기금 부족 편성 지자체'였던 광주광역시는 재난관리기금 확보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기초지자체 16곳의 확보율 평균치는 55%였는데, 그 이유는 기초지자체 중에 재난관리기금을 아예 한푼도 확보하지 못한 곳도 있어서다. 경북 봉화군, 전남 완도군ㆍ해남군 등 3곳이었다.

[※참고: 다만, 봉화군은 1회 추경을 통해, 해남군은 2회 추경을 통해 최저적립액 100%를 확보했다. 완도군은 "1차 추경(5월)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지가 없어 본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재난관리기금 최저적립액 확보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지자체의 기본적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의무를 어긴 지자체들이 반복적으로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주광역시가 대표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의무를 어긴 지자체에는 강력한 불이익을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이번 대규모 산불과 같은 재해에도 지자체가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당근과 채찍 전략은 이럴 때 필요하다.

이서연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syai12329@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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