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깨 유행 만든 Z세대의 반전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2025. 4. 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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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의 이게 뭐Z?]개조한 교도소 독방서 글만 쓰는 ‘빠삐용Zip’, 몰입 공간으로 인기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한번 자리 잡은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부정적 인식일수록 작은 변화로는 설득하기 어렵다. 생각을 바꾸고 싶다면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Z세대의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유행으로 만든 반전 시도들이 더 눈에 띈다. 하물며 광고도 재미있으면 인정받는 시대다. 단순히 '재밌다'를 넘어서 새롭고 신박한 접근이 Z세대의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주는 Z세대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간 유행 사례들을 소개한다.

#글쓰기 성지 된 감옥

전남 장흥군 옛 장흥교도소에서 여성 죄수 수용 공간으로 사용되던여사동이 ‘글감옥’으로 바뀌고 있다. 빠삐용Zip 공식 홈페이지 캡처
최근 입소문이 난 감옥이 있다. 처음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부터 떠오르지만, Z세대 사이에서 감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화제 공간은 전남 장흥에 있는 '빠삐용Zip'이다. 실제로 교도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6시간 동안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이 독방에서 글만 쓰도록 만들어졌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 누구나 예약 가능하다. 방해받지 않고 갇혀서 글만 쓰고 싶다는 작가들의 바람이 현실화된 셈이다.

빠삐용Zip은 단순한 체험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록페스티벌, 대중음악 콘서트, 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며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감옥이 가진 어두운 이미지를 벗겨내고 지역 랜드마크처럼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곧 숙박이 가능한 '프리즌 호텔'로 확장될 예정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Z세대는 이 공간을 '공간의 재해석'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과거 흔적을 없애기보다 텍스트 감성, 도파민 디톡스 같은 최근 유행과 연결해 글쓰기를 위한 몰입 공간으로 즐긴다. '감옥'이라는 단어에 담긴 고정관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광고를 넣었더니 가성비가 생겼다

‘앞광고’를 넣은 팝콘. GS25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앞광고'(광고나 협찬 받은 사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라는 말은 이제 모두에게 익숙하다. 광고도 재미있는 콘텐츠로 풀어내는 시도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앞광고 과자'까지 등장했다. 과자 봉지에 광고를 인쇄한 신개념 스낵이다. 가격은 1000원. 광고를 넣은 대신 기존 과자보다 저렴하다. 삼성생명이 제작하고 편의점 GS25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단순한 기획이지만 발상이 참신하다. 어차피 포장을 해야 한다면 그 포장지를 광고판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여기에 가격도 착하고, 맛도 괜찮으니 한 번쯤은 손이 간다. 과자에 붙은 광고가 불편함이 아닌, 가성비의 이유가 됐다.

이색 광고 사례는 한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이 '착한 돗자리' 프로모션을 2019년에 진행한 바 있다. 은박 비닐 대신 친환경 크라프트지로 돗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치킨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QR코드를 넣었다. 돗자리를 깔았더니 치킨도 온다는 감성은 지금 생각해도 괜찮다. 올해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친환경 돗자리 이벤트가 계속되고 있다. 양재천에서 하는 '라춘 봄 배달 in 양재천' 이벤트가 그것이다. 재활용 돗자리를 찢어서 가져갈 수 있게 한 방식이다.

Z세대는 광고를 거부한다기보다 억지스러움을 거부한다. 필요한 물건에 자연스럽게 얹힌 광고는 오히려 눈길을 끈다. 중요한 건 센스다. 환경을 해치지 않고, 공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재치 있게 얹는 것. Z세대를 사로잡는 광고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AI 이미지도 진지한 놀잇감으로

Z세대 사이에서밈으로 확산 중인AI 캐릭터 배틀 쇼츠. 유튜브 채널 ‘시린 Sirin’ 캡처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는 늘 호불호가 나뉜다. 디자인을 몰라도 그림을 만들 수 있다는 편리함을 강조하는 시선과 기계가 만든 건 감성이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공존한다. 이 논쟁을 잠시 잊게 만드는 콘텐츠가 등장했다. AI로 만든 이상한 캐릭터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를 진지하게 따지는 유튜브 쇼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비주얼이다. 악어, 상어, 맘모스 등 익숙한 동물들이 비행기 날개를 달거나 신발을 신은 모습으로 합성돼 등장한다.

캐릭터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신발을 신은 상어는 '트랄랄레로 트랄랄라', 전투기와 합체한 악어는 '봄바르디로 크로코딜로' 같은 식이다. 소개하는 음성도 중독적이다. 마치 올림픽 선수 소개처럼 진지한 톤으로 이름을 읊는다. 댓글 창은 이미 전쟁터다. "랄랄라가 시간을 멈출 수 있음" "툼툼툼툼(캐릭터 이름)이 더 강력함"…. 아무 말 같지만 진심인 분석이 이어진다.

의미 없고 정답도 없는 논쟁이라 해도 그게 바로 매력이다. AI 이미지 자체에는 찬반이 갈릴 수 있지만,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Z세대는 기술보다 태도에 반응한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유쾌하게 잘 버무리면 AI도 충분히 놀잇감이 된다.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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