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주는 놀라운 선물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5. 4. 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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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초록 감각

캐시 윌리스 지음, 신소희 옮김, 김영사 펴냄

“모든 사람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자연에 접근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자연과 함께할 때 얻는 이로운 일들은 짐작이 아니다. 책은 식물이 정말로 우리에게 이롭다는 점을 입증한다. 이미 결론이 난 연구도 많다. 병실 창문 너머 나무를 바라본 환자가 벽돌 벽을 바라본 이들보다 빨리 회복된다. 맨손으로 정원 일을 하면 장 건강이 좋아진다. 나무를 만지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나뭇결이 많고 옹이가 많을수록 그 효력이 커진다. 심지어 책상 위에 작은 화분을 놓는 것만으로도 일의 능률이 올라간다. 생물학자인 저자가 15년간 이 분야에서 이루어진 온갖 연구를 파고들며 실내외에서 식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생리적·심리적 건강을 증진시킬 방법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지구의 녹색 환경을 돌보고, 녹지가 절실히 필요한 도심에서 어떤 공공정책이 필요한지 제안한다. 책 말미에 저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반드시 정원을 가꿀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은 라틴어로 가득하다

라티나 사마 지음, 이현욱 옮김, 서해문집 펴냄

“라틴어와 인류, 200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라틴어는 고대 로마에서 생겨났다. 중세와 근대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유럽 학자들과 성직자들은 대화하고 글을 쓸 때 라틴어를 사용했다. 특히 기독교에서 라틴어의 영역은 지대하다. 아주 오랜 기간 라틴어 성경 외에는 정본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독일어 번역 성경은 종교개혁의 상징이었다. 현대사회의 우리가 고대 로마나 라틴어를 의식할 기회는 거의 없다. 하지만 ‘라틴어의 매력에 빠진’ 저자는 사어처럼 여겨지는 라틴어가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가령 팩스를 뜻하는 ‘팩시밀리’는 ‘비슷한 것을 만들라(fac simile)’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데이터’는 라틴어로 ‘주어진 것들(data)’을 의미한다. 에고, 보너스, 포커스, 주니어, 프로파간다, 바이러스 등 라틴어는 넘쳐난다. 라틴어를 통해 역사를 보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

 

처음 만나는 헌법

차병직 지음, 창비 펴냄

“2025년 현재, 우리는 새삼스럽게 헌법과 헌법 정신에 대해 묻게 되었습니다.”

창비의 ‘교양100그램’은 전문가의 지식을 간추린 인문 교양 시리즈다. 책 무게 100g대의 가벼운 책으로 구성돼 있다. 헌법을 다룬 이 책도 그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법률신문〉 편집인을 맡고 있는 차병직 변호사가 썼다. 그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집행위원장·정책자문위원장을 역임하며 권력 감시 활동을 해왔다. 이번에는 헌법을 배우고자 하는 성인과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맡았다. 헌법의 개념과 역사, 헌법 내용과 여러 쟁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헌법을 왜 공부해야 하며 한국 사회의 미래가 헌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친근하게 풀어낸다. 다른 나라들의 헌법제정 과정을 살피고 우리 헌법의 변천 과정을 역사적으로 훑어본다.

 

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금, 허유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타살 혐의점이 없는 자살 사건이었다.”

홍콩에서 나고 자란 찬호께이는 2015년 소설 〈13·67〉로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을 수상하며 중화권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로 떠올랐다. 1967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여섯 개 사건을 역순으로 쓴 이 소설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사건들이 결국 한 궤로 엮이면서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주었다. 이번에 출간된 〈고독한 용의자〉 또한 저자의 정통 범죄 추리소설이다. 홍콩의 한 낡은 아파트 방 안에서 41세 남성 셰바이천이 숯을 피워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은둔자의 옷장에 있던 유리병 25개로 인해 단순 자살로 처리될 뻔했던 사건이 연쇄살인사건 수사로 이어진다. 528쪽짜리 책이지만 속도감 있게 읽힌다.

 

TSMC와 트럼프 이펙트: 대격변 예고

콜리 황 지음, 이철 옮김, 경이로움 펴냄

“두 늑대와 어떻게 춤을 출 것인가?”

이제 반도체는 ‘모든 것’이 되었다. 인공지능, 데이터, 국방, 경제, 산업 가운데 그 어떤 영역도 반도체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중국의 무력도발에 시달리는 작은 섬나라 타이완의 TSMC가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부를 점유했다는 사실부터 예사롭지 않다. 〈TSMC와 트럼프 이펙트〉는 단지 TSMC의 ‘성공 스토리’보다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향후 반도체 패권의 향방에 대해 미국은 동맹국들을 압박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만들고, 중국은 자체 기술개발로 난국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중요한 산업에서 최근 방향타를 잃고 동요하고 있는 한국이 미·중 갈등을 뚫고 생존의 길을 찾는 데 무거운 참고자료로 활용할 만한 책이다.

 

작가 노동 선언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지음, 오월의봄 펴냄

“돈 때문에 비참해지지 않고, 그보다는 나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작가는 노동자인가? 글쓰기는 왜 자주 ‘노동이 아닌 것’으로 분류될까? 르포·에세이·번역·비평·시·소설·SF·만화 등 글쓰기가 직업인 작가들이 이에 답하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글쓰기는 홀로 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세계와 대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함께의 싸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작가들이 2년 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모임을 가져왔다. 목표는 노동조합이다. 글쓰기를 노동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기록하고 선언한 결과물을 모았다. 아프거나 죽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글 쓸 권리를 위한 깃발을 세웠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노동의 언어를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해내는 일”이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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