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나요?

칼럼니스트 김재원 2025. 4. 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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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146. 조건 없는 안전함,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요즘 우리 자녀들, 마음 둘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무언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야 하고, 변변한 무기 하나 손에 쥐지 못한 채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치고, 때로는 좌절하고,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일까요.마음의 병을 이고 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자녀에게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주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재원

얼마 전, 한 기관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여행작가 아빠의 자녀교육법'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연이었는데요. 저는 이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했거나, 학위를 받은 사람은 아닙니다. 관련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경력도 없습니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대중들이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제가 아버지에게 받은 교육, 제가 살아온 인생,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듣고 읽으시면서 자연스럽게 강연 요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진행하던 여행과 인문학 강연에 더해, 이제는 자녀교육에 관한 강연도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직접 겪고, 실천해본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실명도 거론하고, 비속어도 씁니다. 강연 중 제가 더 흥분해서 혼자 원맨쇼처럼 몰입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청중들과 어느새 깊은 라포가 형성되고, 이야기를 전하는 저도, 듣고 있는 청중들도 함께 웃고, 때로는 울기도 하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강연보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에너지를 나누는 강연을 더 좋아합니다. 이번 강연도 바로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90분의 강연이 끝난 뒤에도 질문이 이어져, 무려 40분을 더 대화하며 함께했습니다.

이날 제가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고,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무언가를 쉼 없이 쟁취해야만 하는 시대 속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조건 없는 안전함'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너는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야." 이 말을, 꾸준히, 그리고 흔들림 없이 전해주는 것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성과보다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는 태도 말입니다. 아이들이 지쳐 있을 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 말 한마디를 따뜻하게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어떤 실패를 겪더라도 등을 다독이며 "넌 최선을 다했고, 우리에겐 최고의 자랑이야." 이렇게 말해주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부모라면 아이는 다시금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 부모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삶을 잘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부모의 삶을 통해 배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삶을 다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옆에서 묵묵히 함께 있어 주는 것. 그게 바로 지금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아닐까요?

부모가 이 세상을 잘 살아내면 우리 자녀들도 부모의 삶을 보고 힘을 낸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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