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바라보는 미국 해군...“우리는 몇달 걸리는데 K조선은 3일이면 된다”
독에 놓인 유콘함의 선미쪽 갑판과 지상을 연결하는 계단의 끝까지만 접근이 허용됐다. 유콘함 선상은 국제법상 미국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2~3m 건너에 있는 갑판 위는 미국 해군 군무원들과 한화오션 직원들이 유콘함 도면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한미 조선 협력의 현장이었다.
박정훈 한화오션 특수선 MRO TF팀 책임은 “30년 넘게 쓰던 배가 들어오고 나서 검사해봤는데 당초에 발주된 80여 건의 수리 항목 외에 200여 건이 추가로 확인됐다”면서 “5월 말에 미국 해군으로 넘겨줄 계획인데 항목이 계속 늘어나 350건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참여해 두 번째로 수주한 유콘함은 1994년에 취역해 선령이 31년에 달한다.
미국 조선업계 경력이 짧지 않은 보로베츠 검사관의 평가대로 한국은 미국 조선업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조선사들의 3대 문제점인 △노후화된 생산 인프라스트럭처 △인력 부족 △공급망 와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한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 경쟁력은 글로벌 수주로 확인된다. 영국 클라크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수주량은 한국이 55%로 1위에 올랐고, 중국이 35%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자국 물량을 소화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발주하는 최신 대형 선박은 첨단기술과 납기 준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부분 수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를 건조하는 능력은 상선이든 군함이든 기본적으로 동일하다”면서 “우리나라 조선소는 상선 건조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 결과로 얻어낸 효율성이 최근 들어 미국 조선산업과 비교돼 회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비용이 한국보다 6배 더 비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조선업계 종사자 중에서 단순 기술직을 제외한 연구개발(R&D) 인력은 약 20%에 이르는데, 약 1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대부분 설계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소가 미국 해군 MRO 사업에 진출할 수 있던 배경도 이러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다. 올해 초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서 개최한 회의에 참석했던 양찬 방위산업진흥회 책임연구원은 “미국 해군 장성급 당국자가 ‘서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함을 기존 방식으로 하면 몇 개월 걸리는 수리가 한국에서는 불과 3일 만에 끝났다’고 놀라워했다”면서 “한국 기술력과 빠른 업무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본토까지 가는 시간과 현지 조선소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국 내 MRO의 효용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조선 협력은 미국 해군 함정의 MRO와 더 나아가 신규 건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수주를 하려면 사업장(조선소)의 군사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미국 7함대 소속 해군 함정 가운데 전투함이 아닌 지원함이 한국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이유다. 전투함은 아직 미국 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등에 있는 미국 해군 자체 시설에서 정비를 받고 있다. 국내 사업장은 미국 정부와 군 규정에 부합하는 보안이나 방공망 체계가 아직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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