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에 자리 잡고 기술 빼낸 중국 기업도…유출 통로 전락한 대학
[편집자주] 미래 먹거리가 되는 핵심 기술이 대학과 연구원에서 줄줄 새고 있다. 연구진의 부족한 보안 의식은 민감국가 지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술이 어떻게 유출되고 막을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따르면 2020~2024년 대학·연구소 등에서 발생한 기술 유출 사건은 총 10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발생한 기술 유출 사건 105건 중 10% 정도가 대학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는 빙산의 일부라는 시각이 나온다. 해당 통계 자체가 실제 기술 유출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 기술 유출은 대부분 교수 등 연구진의 양심에 의존해 적발되는 구조여서 암수 범죄(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술이 유출되더라도 잡히지 않으면서 대학·연구소 개발 기술 유출 범죄는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 2017년 중국 측에 포섭된 카이스트 소속 교수 A씨가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 연구자료를 중국 대학 연구원에 누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레이저 광선을 활용한 라이다는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인지하고 피하도록 하는 핵심 기술이다.
한국항공대 교수 B씨는 2017년 2월 풍력발전기 날개인 블레이드 시험 계획 관련 기술이 포함된 파일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2022년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B씨는 과거 자신이 근무하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 연구소를 그만두면서 이 기술이 포함된 파일을 반출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중국 기업이 국내 대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기술 유출을 시도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에스볼트(Svolt·펑차오에너지)는 한국 법인 에스볼트코리아를 세워 고려대 안암캠퍼스 산학관에 입주했다. 에스볼트코리아는 삼성SDI, SK온 등 국내 대기업 연구원들에게 접근해 배터리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고려대 공식 홈페이지엔 아직도 채용 공고가 올라와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올해 1월 에스볼트의 기술 유출 연관성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만큼 2월 바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며 "기술 유출 의도를 숨긴 채 들어오는 기업을 최대한 걸러낼 수 있도록 신뢰성 검토 등 추가 절차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대학·연구소발 기술 유출 사건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2023년 일본 경시청은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2018년부터 진행한 불소계 화합물 연구 내용을 중국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연구소 소속 중국인 연구원을 체포했다. 2020년에는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보스턴대 시스템 접근용 VPN(가상 사설망) 계정을 중국 국방과학기술대 교수 등에게 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술 보호 정책은 기술이 완성된 최종 단계에만 집중됐다"며 "이미 해외에선 기술이 성숙하기 전인 대학·연구소 단계에서부터 빼가려고 혈안"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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