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人터뷰] 생태책방 ‘버들서점’ 송송이 책방지기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기사입니다.
“밀림 파괴로 삶터를 잃고 떠도는 피그미족의 고난까지는 몰라도, 우리 일상 속 쓰레기 문제 정도는 다 알고 계시거든요. 이처럼 사람들이 환경문제의 원인과 실천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기후 위기 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송씨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자 생태 관련 책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득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에 3년 전 책방을 차렸다. 그 책방이 ‘버들서점’이다. 책방 이름에 ‘버드나무’가 들어가는 건 버드나무의 생애가 좋았기 때문이다.
“버드나무는 땅, 산, 들과 물 어느 환경에서든 조화로이 잘 자라요.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버드나무처럼 조화로운 생활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책방 이름에 버드나무를 넣었어요.”
조화를 강조하는 송씨. 그가 책방의 테마를 ‘환경’이 아니라 ‘생태’로 한 이유를 알 듯했다.
“환경은 인간 중심적 관점이 투영된 단어예요. 인간이 중심이 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을 환경이라고 지칭하는거죠. 반면 생태는 어느 구성원도 우위에 있지 않아요. 인간과 자연, 동물이 동등하게 상호작용하는 개념이거든요.”
“도감류처럼 환경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큐레이션 할 때 지양하는 편이에요. 그것보다는 생태적 사유를 촉발할 수 있는 책들을 주로 들이려 해요. 인간·동물·생태의 상호 관계성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론서·철학서·인문서가 그 예예요.”
그가 생태적 사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다. 책방을 차리며 했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생태적 사유에서 찾았기 때문.
“누구나 기후 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만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건, 생태적 사유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했어요. 제 일상도 활동가로 일하며 환경 지식을 접했을 때보다, 생태 서적을 읽으며 깊게 사유했을 때 많이 달라졌어요.”
인간·동물·생태의 상호 관계를 고민하는 사유는 한 사람의 시야를 넓혀준다. 송씨는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과거엔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해야지’ 하고 단순한 실천만 했다면, 생태적 사유를 하면서는 공정무역 제품의 생산과정까지 들여다보게 됐단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공정무역의 가면을 쓴 불공정무역’ 등 다른 환경 문제도 접하며 시야가 확장됐다고. 그가 최근 가장 재밌게 읽은 생태 서적은 무엇일까.
“최근엔 로리 파슨스의 <재앙의 지리학>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저자가 친환경·공정무역을 내세우는 기업들의 위선들을 고발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솔직히 말해요. 희망으로 현실을 포장하는 게 아니라, 무력감이나 절망감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이처럼 최근엔 ‘생태책은 재미없고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형식과 내용의 책이 다수 출판된다. 동물음향학자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채록한 동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수록된 흥미로운 책, <동물의 노랫소리>(앙겔라 스퇴거)도 있다. 이토록 다양해진 생태 서적의 세계이기에 서점에 가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그가 말했다.
“본인이 읽었을 때 제일 재밌는 책이 좋은 책 같아요. 그래도 고민이 된다면 유명 출판사의 서적을 살펴봐도 좋아요. ‘에코리브르’는 환경인문서·번역서를 주로 취급하고, ‘녹색평론사’는 생태 문제를 근본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책을, ‘목수책방’은 가벼운 여행기·에세이를 출간해요.”
“작년에는 ‘동네야생클럽’ 참여자들이랑 동네 가로수를 관찰했어요. 우리는 보통 가로수를 도시에 있는 하나의 사물 정도로만 인식해요. 버스 정류장처럼요. 그런데 가로수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비인간 생명이거든요. 자세히 살펴보면 새·벌레 등 가로수에 찾아오는 동물도 많아요. 그러면서 나, 도시, 나무, 동물 등의 관계를 고찰하며 생태적 사유를 해보는 거죠.”
4월 19일에는 ‘연필로 표현하는 선과 색의 세계’라는 부제로 동네야생클럽 활동이 예정돼 있다. 관찰하며 만난 야생동물을 그림으로 표현해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버들서점 인스타그램(@beodeulbooks)을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지구의 날인 4월 22일을 앞두고 어떤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가 답했다.
“기획하고 있는 행사는 따로 없어요. 저에겐 하루하루가 지구의 날이에요. 그날만 지구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항상 우리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하면 좋겠어요.”
책방에 앉아 그가 소개해준 책을 펼쳐본다. 깊은 사유가 깃든 책을 읽다 보니, 우울하던 마음에 자그마한 활력이 돈다.
글 윤혜준 기자 | 사진 고승범(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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