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발길 닿는 곳마다 절경 함께 뛰며 지역 활력 UP!

조은별 기자 2025. 4.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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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40) 락앤런 김영록 대표 <전북 장수>
마을 달리기·어린이 마라톤 등 기획
‘장수 트레일레이스’ 전국에 이름 알려
초원·산 등 다채로운 길서 자연 만끽
특산물 활용한 푸드존도 인기 끌어
전북 ‘장수 트레일레이스’ 대회가 열리면 지역농가들도 판매 부스를 차린다. 지역에 힘을 보태기 위해 구매하는 선수도 많다.

장수군은 전북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다. 4월초, 이곳에 전국 각지에서 2500여명이 몰려들었다. 장수 인구가 2만900여명(2024년 기준)이니, 2500여명이면 무려 인구의 8분의 1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이들이 찾은 건 바로 ‘장수 트레일레이스(trail race)’다. 오솔길·산길 같은 자연 그대로의 길을 달리는 이 대회는 2022년 처음 열렸다. 150여명이던 참가자가 3년 만에 2500여명이 됐다. 이 모든 중심엔 대회를 기획·개최한 김영록 ‘락앤런’ 대표가 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물 흐르는 계곡을 활기차게 달리고 있다.

“산길을 따라 달려본 적 있나요? 장안산 능선부터 승마 로드, 가야 고분군을 따라 달리다보면 살아 있음을 여실히 느낍니다.”

경기 시흥 출신인 김 대표가 처음 장수에 방문한 건 2020년. 호주로 떠난 워킹홀리데이에서 여자 친구를 사귀었는데, 여자 친구 고향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귀국했다. 주말마다 장수로 내려와 집 짓기를 돕고 염소에게 밥을 주며 정을 붙였고, 그해 장수에 정착했다.

결혼 상대는 있지만 친구·지인이 없어 외로울 때면 그는 산으로 향했다. 전체 면적의 77%가 산지인 장수는 산악 달리기를 하기에 최적이었다. 군 제대 후 국내 마라톤 대회부터 중국 고비사막과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대회까지 참가했던 김 대표는 애완견 보더콜리 한마리와 장수 곳곳을 뛰어다녔다. 그때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나누고 싶다’는 꿈이 마음속에 싹텄다.

2021년엔 지역청년을 모아 ‘장수 러닝 크루’를 만들었다. 주로 다섯명, 많을 땐 스무명이 함께 달렸다. 지역민에겐 익숙한 이 고장 풍경이 김 대표 눈엔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그는 회원들과 합심해 ‘마을 달리기’와 ‘어린이 마라톤 대회’ 등을 기획하며 달리는 기쁨을 퍼뜨렸다. 그렇게 시작된 대회 기획 경험은 전국 참가자가 모이는 장수 트레일레이스로 이어졌다.

위에서 내려다본 대회 풍경.

“직접 낫과 톱으로 풀을 베고 나무를 치우며 길을 냈어요. 표지판은 있는데 길이 다 풀에 파묻혔더라고요. 처음엔 38㎞ 코스를 만들었고 점차 구간을 늘려 2024년에는 70㎞ 길이 코스를 완성했죠.”

이 장거리 코스는 장수종합경기장에서 시작된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승마 로드를 지나 팔공산·신무산·장안산을 오르고 내린다. 그 다음엔 시원한 계곡과 전망 좋은 논개 활공장을 지나 동촌리 고분군에서 마무리된다. 초원·산·계곡 등을 잇는 다채로운 길에서 참가자들은 장수의 자연을 만끽한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의 반응도 날로 좋아졌다. 마을이 함께 즐기는 대회를 만들고자 김 대표가 꾸준히 어르신들을 찾고 설득한 덕분이다. 대회 당일 보급소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참가자를 향해 응원의 종을 울린다. 특히 지난해 가을에 열린 대회에선 장수읍 수분마을 주민들이 선수들을 위해 직접 주먹밥을 만들기도 했다. 김 대표는 “주민 중엔 달리는 선수를 보며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며 “장수가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역경제에도 활기가 돈다. 경기장 한편엔 장수의 분식집·백반집 등이 푸드존을 꾸린다. 참가자는 지역음식을 편하게 맛볼 수 있고, 상인은 매출이 늘어 모두가 만족한다. 지역농가도 부스를 차려 토마토주스부터 사과빵·오미자·한우고기·꿀 등의 특산물을 선보인다. 땀 흘린 뒤 맛보는 음식에 참가자 반응도 뜨겁다. 김 대표는 “선수들이 장수에 힘을 보태기 위해 먹거리를 구매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회를 기획한 김영록 락앤런 대표가 메달을 들고 환히 웃고 있다. 장수=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락앤런 누리집

김 대표는 다양한 러닝 대회를 기획해 달리기 동호인들을 장수로 불러모으고 있다. 가을에 열던 장수 트레일레이스를 지난해부턴 봄에도 개최한다. 여름에 시원한 계곡을 달리는 ‘쿨밸리 트레일레이스’, 강아지와 함께 달리는 ‘캐니크로스 장수’도 개최한다.

지난해 처음 열린 쿨밸리 트레일레이스는 방화동 자연휴양림과 덕산계곡 일원에서 열린 지역축제와도 연계돼 만족도가 높았다. 같은 해 열린 캐니크로스 장수의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장수 하면 막걸리·돌침대가 먼저 생각나죠? 이젠 장수 트레일레이스가 떠오르도록 숨차게 달려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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