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한 벌레를 크~게 그렸더니…"별 볼일 없는 애들이 자꾸 이뻐 보여"
'이런, 멋쟁이들!' 펴낸 김유대 작가
※최근 출간된 김유대(51) 작가의 그림책 '이런, 멋쟁이들!'과 허정윤(46) 작가의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는 작은 아이들을 위한 큰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주목한 두 작가는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큰 세상을 맘껏 부려냈다. 두 작가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검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작은 벌레들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깃든 생명이 경이롭더라고요. 기운생동의 그 에너지를 크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25일 경기 안양시의 김 작가 작업실. A0용지 2장을 나란히 붙인 종이 위에 그려진 거대한 십육점박이사슴꽃부지가 기자를 맞았다. A0 2장은 일반 사무용지인 A4지를 32장 늘어놓았을 때와 같은 크기다. 십육점박이사슴꽃부지는 실제 크기가 3~5.5㎝ 정도에 불과한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곤충. 김 작가가 최근 펴낸 '이런, 멋쟁이들!'의 문을 여는 주인공이다.
책은 우리나라 인쇄소에서 찍을 수 있는 가장 큰 크기다. 가로 29㎝, 세로 37㎝. 원화 크기가 워낙 커서 스캔을 해 책에 싣지 못하고, 사진 촬영을 해야 했다. "출판사 편집자도 크게 그린 이미지를 보고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책은 가능한 최대한의 판형으로 가자고 처음부터 마음이 모아졌죠."

당초 책 출간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은 아니었다. 2016년 배낭 도보 여행 도중 잠시 숨을 고르던 그의 눈에 꼬물꼬물 움직이는 작은 벌레들이 들어왔다. 특히 딱정벌레목의 날개가 빛을 반사할 때 발하는 색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이른 아침 햇빛을 받아 나뭇잎 사이에서 반짝반짝이는 그 색이 너무 예뻤다"며 "색채와 조형에 매료돼 그저 그리는 행위의 즐거움으로 순수하게 시작한 작업이었다"고 했다. 혼자 좋아서 그리던 그의 그림을 본 출판사 이야기꽃이 출간을 제안했다. 그가 지난해 봄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소하면서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창작촌 마당은 풀벌레 천지였다.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 꼬박 그렸다.


몸길이가 0.2~15㎝인 작은 곤충을 더 가까이에서, 더 자세히 보고 싶어 그렸더니 자연스레 커졌다. 그릴 데가 부족하면 종이를 이어 붙였다. 엄지 손톱만 한 꼬마줄물방개를 A0지 2장 위에 그렸다. 표지 그림인 아프록시마토르 하늘소는 성인 여성 키에 맞먹는 세로 157㎝에 달하는 종이 위에 그렸다. 바닥에 종이를 놓고, 무릎에는 수건을 대고 온몸으로 그렸다. 스케치와 수정을 반복하는 기존 작업과 달리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그렸단다. "좀 더 자유롭게 그리고 싶었어요. 더 빨갛고, 더 아름답게 그렸죠."
그의 그림이 화집을 보듯 감동을 안기는 이유다. 책은 곤충도감도 아니고, 다리털 하나 하나 보이는 그대로 그린 세밀화 작업의 결과물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보는 동안만큼은 징그럽고 무서운 벌레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처음 본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작고 하찮은 애들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별 볼 일 없는 애들이 자꾸 예뻐 보인다'고요."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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