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장하지”라던 이재명, 시장 되자 “성남 빚 지불유예” 주목
성남의료원 설립 운동하다 수배… “시장출마 권유받고 정치 길 들어서”
지불유예 3년6개월만에 빚 다갚아… “똑똑한 선택” “정치적 쇼” 엇갈려
박근혜 정부와 갈등 11일 단식농성… 변방의 장수, 중앙 정치권에 각인
2004년 3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주민교회 지하 기도실. 바닥에 앉아 있던 40세의 이재명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노동조합 활동가 정해선 씨의 “이 변호사가 시장으로 나와 보라”는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성남의료원 설립 운동을 했던 이 후보는 당시 성남시의회에서 병원 설립 운영 조례안 심의가 일방적으로 보류되자 시의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잡아끈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로 고발돼 수배되자 은신하던 중이었다. 병원 설립 운동을 함께 했던 정 씨는 “이 후보는 당시 수배 중이라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 숨어 씻지도 못한 모습이었다”며 “울면서 ‘선거에 나와 달라’고 했는데 고민을 많이 했는지 이후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 후보는 자서전에서 정 씨의 제안에 대해 “정치로의 길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며 “내 자리는 늘 가장 치열한 전선이었다”고 밝혔다.
●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 제기 앞장서
이 과정에서 그는 2002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최철호 전 KBS PD와 김병량 당시 시장의 통화 내용을 폭로했고 이른바 ‘검사 사칭’으로 벌금 150만 원 형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후보가 최 전 PD에게 “추가 질문사항을 적어주거나, 답변을 듣다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사인을 보냈다”고 했다.
이 후보는 2005년 이후 폭력, 살인, 강간 사건도 변호했다. 이종조카의 절도 혐의와 친조카의 살인 혐의를 변호한 것도 이때였다. 이 후보는 2007년 8월엔 성남 조직폭력배였던 국제마피아파 김찬종 씨가 반대파를 습격한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와 함께 일했던 변호사는 “시민이 사무실에 와서 사건을 맡긴 것이고, 수임 당시 이 후보가 상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이민석 변호사는 “파크뷰 사건은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를 드러낸 일을 한 것이지만 살해범인 조카나 동거녀 살해범 등을 변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 실용주의자 vs 포퓰리스트
성남시 개고기 유통시설 철거와 무상복지 정책 등도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이룬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 후보는 2016년 국내 최대 규모 개고기 거래 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에서 개 보관·도살시설을 유혈사태 없이 철거시켰다. 당시 철거 사업에 반대했던 김용북 현 모란시장상인회장(69)은 “시장 철거 반대 시위를 하다가 한 날은 다쳐서 누워 있는데 이 후보가 직접 찾아왔다”며 “손을 잡으면서 ‘고생이 너무 많다. 타 업종 전환 지원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위로해 마음이 녹았다”고 회상했다. 성남시 공무원으로서 철거를 담당했던 임진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은 “이 후보의 센 이미지 때문에 마치 무지막지하게 시장을 밀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러나 이 후보는 2년 넘게 상인들을 설득해 자진 철거하게 만들었다.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3대 무상복지 사업(청년배당, 무상산후조리지원, 무상교복)에 대해선 ‘포퓰리즘성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성남시의원이었던 A 씨는 “이 후보가 이미 조례가 완성돼 있는 무상급식은 적극 확대하지 않으면서 무상교복 조례만 계속 성남시의회에 올렸다. 상대 정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를 부결시킬수록 자신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걸 알았던 것”이라고 했다.
● ‘변방의 장수’에서 대선 유력 주자로
이 후보는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설화도 잦았다. 지난해 3월 민주당 대표였던 이 후보는 충남 당진 전통시장을 찾아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며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냐”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성남=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성남=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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