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복합 콤플렉스'로 1년 365일 수익 만든다 [꿈의 야구장, 북항으로]
일본·미국 다용도 형태 '대안'
문화 시설에 호텔·쇼핑 결합
도시 인프라 갖춘 북항 최적지
투자 유치 전향적 결단 필요

부산 북항에 야구장을 짓자는 아이디어가 회자된 것은 공식적으로 20여 년 가까이 됐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간 권철현 국회의원은 ‘북항 재개발 지역 내 해변 야구장’을 공약으로 세웠다. 이후 몇 차례 진지한 검토가 있었지만, 비싼 건립비와 낮은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북항 야구장은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그사이 국외에선 돈 되는 야구장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고정된 시각 탓에 성공한 야구장 사례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나온다.
■야구장 변신이 곧 수익성
북항 야구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이다. 더욱이 국내 야구장은 지자체가 경비 대부분을 마련해 짓는 형태여서, 사업화가 더욱 어렵다. 자칫 혈세 낭비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개장한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는 야구장이지만, 비욘세·레이디 가가·방탄소년단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콘서트장으로 더 유명하다. 역시 처음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위해 설계됐다. 2020년 개장한 텍사스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 1998년 개장한 애리조나의 ‘체이스필드’ 등도 야구장이자 동시에 대형 콘서트장으로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일본의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도 콤플렉스 시설이다. 2023년 개장했는데 야구장 건물에 온천, 사우나, 호텔, 레스토랑, 키즈존 등이 들어있으며 외부 휴양 단지와도 연계돼 개발됐다.

■처음 시도되는 ‘야구장 콤플렉스’
북항은 콤플렉스와 단지 개발 형태로 야구장을 짓기에 최적지로 평가된다. 야구장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으로 도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 인구 유입이 쉽다는 게 특히 강점이다. 부산역과 부산여객터미널 등은 부산 외 지역 인파의 유입 통로가 될 수 있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해양 레저 등과의 연계도 용이하다. 야구장을 중심으로 호텔, 쇼핑, 문화, 레저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바다가 보인다는 후광효과도 커 야구장과 결합하면, 일반 사무시설에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항 랜드마크 부지는 11만 3285㎡ 규모로, 일반적인 야구장 면적은 5만㎡ 안팎이다. 야구장 외 다양한 시설을 랜드마크 부지에 추가로 넣는 게 가능하다. 랜드마크 밖 재개발 지역에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수익성이 보장되면, 다양한 시설에 대한 투자를 유치해 야구장을 비롯한 단지 개발의 시동을 걸 수 있다. 부산시가 기존의 ‘영상문화 콤플렉스’를 위해 유치한 자본을 다시 끌어들이는 절충도 가능해진다. 부지 소유자인 부산항만공사(BPA)도 야구장의 파급효과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업화에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BPA가 별도의 랜드마크 부지 활용 방안을 찾고 있는 만큼, 북항 야구장 건립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지를 어떤 식으로 매매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사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야구장은 랜드마크 개발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진행 중인 북항 개발 용역에 야구장 방안을 넣고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