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리는 귀농스토리] 도시생활 22년 접고 도전… 송이송이 영그는 ‘수출농의 꿈’
“도전 없이 얻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농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함안군 칠북면의 한 샤인머스캣 농장. 줄줄이 매달린 어린 포도송이들이 하우스 안 가득 초록빛으로 반짝인다. 손톱만 한 송이들이 가지마다 옹기종기 매달려 있다.
그 사이에서 김병고(49)씨가 조심스럽게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를 다듬고 있다.

김병고씨가 함안군 칠북면의 샤인머스캣 농장에서 탐스런 포도송이를 만들기 위해 알을 솎아내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서 자동차 정비 외길
정비업 한계 느끼던 중
아버지 권유로 함안 귀농
벼·감으로 농사 경험 쌓고
포도 하우스 시설 마련
배움 원천은 아버지·교육
“다 같이 맛있게 키운 포도로
한국의 우수성 알리고파
해외 수출길 오르는 게 목표”
◇도시 생활 22년, 그리고 귀농= 함안이 고향인 병고씨는 20살 무렵부터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창원에 정착해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면서 정비 책임자까지 오르는 등 22년 동안 한길만을 걸어 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비업에도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 이제 무거운 건 못 든다. 이제 니도 와서 농사를 지으면 안 되겠나?”
허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아버지의 권유도 귀농이라는 큰 결심에 힘을 보탰다. 망설임 끝에 병고씨는 도시 생활을 접고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김병고씨가 난방용 온풍기를 살펴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쌀과 감을 거쳐 샤인머스캣으로= 병고씨가 귀농 초창기부터 바로 샤인머스캣을 키운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하우스 시설을 갖추고 포도 농사에 뛰어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컸다.
그는 벼농사 8000평, 감농사 3000평을 짓는 것으로 귀농 생활을 시작했다.
“쌀과 감으로 귀농의 기반을 다져나가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하우스 시설을 구축까지 하기에는 금전적으로 쉽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그는 감농사와 벼농사로 농사 경험을 쌓고 수익을 모으면서 차근차근 하우스 시설을 마련해나갔다.
올해 그는 마을에서 가장 이른 샤인머스캣 출하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일반 수확 시기보다 빠르게 포도를 수확해 상품 가치를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겨울부터 하우스를 따뜻하게 데워 나무를 일찍 깨우고, 섬세하게 온도와 습도를 조절했다.
농사를 지으며 병고씨는 끊임없이 배웠다. 그는 주말마다 부모님 농장을 도우며 포도 농사를 익혔다. 그뿐만 아니라 포도 교육이 개설된다고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가서 배웠다.
“주말이면 아버지 포도 농사를 도와드리면서 많이 배웠지요. 포도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 이후 김천, 상주 등 포도 교육이 열린다고 하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다녔습니다.”
귀농 이후 그의 삶은 가족과 더 가까워졌다.
“도시에서는 일하기 바빴죠. 스트레스도 많았고요. 지금은 아이들과 캠핑도 가고, 아내와 함께 웃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병고씨는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라고 강조했다.

김병고씨가 함안군 칠북면의 한 샤인머스캣 농장에서 탐스런 포도송이를 만들기 위해 알을 솎아내고 있다./성승건 기자/
◇한국 포도의 우수성 알리는 수출농= 병고씨는 앞으로 고품질의 샤인머스캣을 키워내 해외로 수출하는 수출농을 꿈꾸고 있다.
“고품질의 포도를 키워내 수출함으로써 한국 포도의 세계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어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주변 선배 농민들과 소통하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또한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어느 정도 규모 있게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소량 재배로는 수익이 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정직하고 신뢰를 지키는 농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다시 선택할 기회가 온다면 그는 더 일찍 귀농했을 거라고 힘줘 말했다.
“더 일찍 와서 농촌에 자리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젊을 때 귀농할수록 지원 혜택도 더 많고요.(웃음)”
☞ 함안군 귀농귀촌 지원책은
전입 5년 내 귀농·귀촌 월 80만원 실습비 지원
함안군은 귀농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을 운영한다. 지역 선도농업인 농장에서 실습 교육을 받으면 월 8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7개월까지 교육훈련비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함안군에 전입한 지 5년 이내의 귀농·귀촌인 또는 40세 미만 청장년층이다.
또한 품목별 기초 영농기술과 가공·판매 마케팅까지 포괄하는 ‘귀농기초영농기술교육’도 지원한다. 교육비는 무료이며, 함안군 귀농·귀촌인 및 귀농 예정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영농 창업을 준비하는 귀농인에 대한 지원도 마련돼 있다 .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농업 창업자금은 세대당 최대 3억원, 주택 구입·신축·증개축 자금은 세대당 7500만 원 한도로 융자를 지원한다.
초기 정착 과정에서 필요한 농업교육 수강료나 자격증 취득 비용 등을 ‘귀농인 안정 정착지원사업’을 통해서는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아울러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통해 독립경영 3년 이하, 40세 미만 청년농업인에게 1년차 월 110만원, 2년차 월 100만원, 3년차 월 90만원의 영농정착금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농업창업자금 융자(5억원 한도)도 가능하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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