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재부 쪼개기’ 구상은 ‘기본사회 시리즈’ 초석될까 [미드나잇 이슈]
“기재부가 ‘왕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쉽게 말해 기재부의 핵심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떼내 힘을 빼겠다는 것으로, 문제는 이 기능을 이관하는 것의 순기능과 역기능 중 어떤 게 더 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어서다.
◆기재부 권력의 명과 암…손익계산서는
이명박정부 때 현 체제를 갖춘 기획재정부는 ‘국가의 돈을 관리’하고(재정 기능),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경제 기획 기능) 막대한 역할을 한다.
이 중 내년도 예산을 짜는 ‘예산 편성 권한’은 기재부를 ‘부처 위의 부처’로 군림하게 하는 막강한 권력으로 작용한다. 기재부가 과거에 때때로 청와대와 대립할 수 있었던 힘의 기반도 예산 편성권에서 나온다. 주로 돈을 더 풀려고 하는 정권과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기재부가 대립하는 형태였다.

재정건전성을 우선하는 기재부의 역할은 순기능으로 꼽히나, 지나친 재정 엄격주의를 고수하며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제약하는 역기능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관료주의 마인드로는 경기 부양 타이밍을 살리거나, 혁신∙도전적 사업에 투자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료들이 재정 권력의 힘을 바탕으로 힘깨나 쓰는 상황을 놓고 ‘모피아’(기획재정부 + 마피아)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기재부 권력의 장점∙단점을 따져보는 것을 떠나 현재 거론되는 ‘기재부 힘빼기’에서 우려되는 대목은 그 수술 주체가 이재명 후보라는 점이다. 국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치인일수록 재정건전성과는 상충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정치적 브랜드인 ‘기본사회 시리즈’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국가부채가 늘면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또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처럼 재정을 이용한 경기부양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념에 따라 극명히 갈린다. 기본소득만 해도 최저생계를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 역할과 함께, 지역사회의 소비를 늘리는 경제 진작 정책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 성장 같은 실물 경제에 기반하지 않은 유동성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결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 결과 실물 자산이 없는 서민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모피아’ 권력을 해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개편에 나설 수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둘지, 아니면 이 후보가 2022년 대선 때 공약한 것처럼 청와대 비서실 조직으로 둘지 여부에 따라 방향이 드러날 전망이다.
둘 중 어디에 두는 게 나을지를 놓고는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 중 대통령실에 기능을 두고 대통령실이 예산을 편성할 경우 ‘예산의 정치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집권 시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 정권에선 국회의 견제 기능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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