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새 정부 길을 묻다](8)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농가소득 안정, 공익직불금 5조로 키워야"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인프라 지원
쌀 대신 조사료 등 전환, 가격 보전 필요"
"전남, 열대과일 특화·친환경 판로 확대
청년 농업 전문교육·초기 투자 지원 강화
농촌 재생 프로젝트 주민 삶의 질 높여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남도일보는 '호남, 새 정부의 길을 묻다' 시리즈를 통해 지역 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한 제언을 듣고 있다. 기후변화, 고령화, 인구절벽의 삼중고 속에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농협중앙회장을 지낸 김병원 전 회장은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농가 소득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농업 재설계를 위한 기후 위기 대응 재해보험 개편, 외국인 근로자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스마트팜 확산 등을 제안했다. 기술 농업이 자리 잡으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농촌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농업이 무너지면 농촌이 무너지고, 나아가 국가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회장과의 만남은 지난 28일 그의 개인 사무실인 '(사)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에서 진행됐다. 그는 40여년 농업에 종사하며 지난 2021년 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을 설립하고 여전히 농업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기후 변화, 고령화, 인구 감소 속 농업 지속가능 전략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농작물 재해보험제도의 확대 및 개편이 시급하다. 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보험료 농민 부담률이 높고 손해평가의 보수성, 제한된 가입 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손해평가 기준을 넓히며 가입 시기를 유연하게 설정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편이 필요하다. 아울러 재난 발생 시 정부가 산발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농작물 재해보험제도를 중심으로 피해를 체계적으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농민들의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기후 변화에 따른 재해시마다 정부의 땜빵식 지원이 아닌 재해보험을 제대로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화에 따른 농촌 인구 감소는 불가피하다. 2015년 농협중앙회장 재임 당시 "300만 농민 여러분"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200만4천명으로 농가 인구가 매년 주는 추세다. 이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으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대폭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계절근로자라는 제도는 잘 만들어졌지만, 개인이 운용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숙소 문제 등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고 지자체와 농협의 협력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계절근로자의 E-7(특정활동) 비자 전환과 이민 정착을 유도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농협 등이 계절근로자들의 성과평가를 통해 다시 와서 일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숙소 부족 문제는 빈 학교시설을 개조하는 방안 등을 통해 해결 가능하며, 농협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운영 비용의 적자 보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절벽 현상 속에서 장기적으로 이민을 오도록 유인책을 만들고, 다문화국가로 진입하는 기초자료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
-정부의 쌀 생산 감축 정책 평가 및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은.
▶쌀 과잉 생산 문제를 놓고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은 강제적 감축보다는 대체작물 확대와 지원 강화 방식이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조사료를 100만톤 가량을 수입하는 상황이다. 국내 조사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벼를 조사료 등으로 전환하고, 가격 차이를 정부가 보상해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지원해야 한다. 쌀 남아 보관하면 보관료가 더 발생한다. 조사료를 통해 현실적으로 타개해 나가야한다.
이를 위해 벼를 이용한 조사료 품종 개발과 생산 확대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농가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전남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 맞춤형 지원책은.
▶전남은 '풍광수토'(풍력·태양광·수력·토양)의 강점을 활용해 바나나, 체리, 한라봉, 애플망고 등 열대과일 재배를 특화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농가의 집단화를 통한 규모화를 추진하고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를 강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별 특화작목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재배기술 교육 및 보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환경 농업도 중요하다. 친환경 농업은 일반 농산물과 명확한 시장 차별화를 통해 소비층을 확대해야 한다. 전라남도 나주에 호남권 친환경유통센터를 중심으로 학교급식 등 안정적 시장을 확보하여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병행해야 한다.
한계답 등 경작이 어려운 땅에는 소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여 농외소득 창출을 지원하고, 환경을 고려한 방식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소형 태양광 설비 설치 지원을 통해 농가의 연간 소득을 증가시키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가소득 안정과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근본적 개선 방안은.

-청년 농업인 유입 확대 방안은.
▶한국농수산대학과 같은 농업 전문 교육기관의 정원을 확대하고 농협에서 운영하는 청년농부 사관학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농업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전라북도에 위치한 한국농수산대학의 경쟁률이 5대 1정도다. 이런 수치면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지으려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년에 100여명 정도만 양성하고, 입학 정원은 늘리지 않고 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우수한 젊은이들을 농업 인재로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장 재임시절 청년농부사관학교를 만들었다. 고령화와 조합원 수 감소, 특히 청년층의 농업 기피 현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교육시설 건립을 추진했는데 소규모로 운영되는 점이 아쉽다. 정부가 한국농수산대학의 정원을 전폭적으로 늘리고, 농협도 청년 농부를 육성해 혜택을 주고 그들이 농촌에 둥지를 틀고 먹고 살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한다.
-스마트팜 등 디지털 농업 확산을 위한 조건과 정책적 지원 방안은.
▶청년 농업인 유입의 일환으로 스마트팜 농사 등이 중요하다. 스마트팜 농사를 하기 위해선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에 지자체가 농가를 육성하기 위해 힘을 써야한다. 스마트팜의 확대를 위해 지자체가 초기 투자 비용이 낮은 표준형 스마트팜을 구축·보급하여 스마트팜 농업기사자격증을 취득한 청년 농업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경북 예천 등 일부 지자체는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통해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높아 진입이 어려운 청년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임대료를 받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청년들을 유입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은.
▶우리나라 모든 산업 중 농업이 가장 소득도 낮고 열악한 환경이다. 정부 예산 중 농업 예산은 2~3% 정도인 18조원 가량 된다. 농업 관련 예산 비중을 전체 예산의 최소 5%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농촌이 소외받고 있는 것중 하나가 어둡다는 것이다. 농촌 골목에는 소방차는 물론 기름차도 들어가지 못한다. 재생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여 농촌 인프라 개선과 생활 환경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좁은 도로 확장과 가로등 설치 등 생활환경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농촌의 소외감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복지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도 요구된다.
서울/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김병원 전 회장이 걸어온 길]
-1953년 나주 출생
-광주농업고등학교 졸업
-광주대 경영학 학사
-전남대 대학원 농업경제학 박사
-제13~15대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前 농협중앙회 이사
-前 농림부 양곡정책심의회 위원
-前 농협양곡 대표이사
-前 NH무역 대표이사
-前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 ICAO 회장
-제23대 농협중앙회 회장
-現 농협대학교 석좌교수
-現 (사)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