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과 마주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저항 정신의 ‘붉은 섬’ 제주

저항 정신으로 민간인 학살과 구조적인 폭력에 맞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기억하는 제주는 '붉은 섬'이다. 그는 제주를 저항의 섬으로 되뇌었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cievich, 벨라루스)는 '제6회 제주4.3평화상' 수상을 위해 제주를 방문, 29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예정된 4.3평화상 시상식에 앞선 기자회견 자리에서 제주4.3에 대해 얘기했다.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스타니스라우에서 1948년 태어난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전쟁과 학살 등 우리사회의 어둠을 세밀한 감정으로 문학에 담아왔다.
냉전시대 소련체제 등을 겪으면서 전쟁과 나라간 분할, 합병이 계속되고 있는 동유럽에서 마주한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과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체르노빌 원전 사고, 소련 붕괴 등 침묵이 강요된 상황에서의 목소리를 수집·기록해 왔다.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1985)'는 끔찍한 상황에서 여성들의 고통과 생존 증언을 통한 명예회복을 이끌었고, 독재에 저항해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노력한 공로 등으로 제6회 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9일 4.3평화상 시상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저항의 정신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한국에 총 3번을 방문했는데, 처음 방문했을 때 한국 작가들과 만난 적이 있다. 어떤 작가가 나를 '재난 작가'라고 표현해서 저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저는 저항을 위한 힘을 축적하는, 저항의 혼과 정신 축적을 위해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4.3 때 제주는 '빨갱이의 섬'으로 낙인돼 큰 인명피해를 낳았다. 4.3때 토벌대는 '제주는 빨간 섬이니 모두 죽여도 된다'는 인식으로 인권유린 등을 자행했다. '살암시믄 살아진다(살다보면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제주 사람들은 70여년을 버텨 오늘날에 이르렀다.
작가는 "어제(28일) 제주에 도착해 야자수를 봤다. 새로운 이파리가 계속 자랐고, 오랜 이파리가 새로운 이파리를 덮고 있었다. 우리가 켜켜이 쌓아온 기억이 아닐까. 어제 제주4.3과 관련된 영화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善)을 연설하는 듯 하지만, 본질은 악(惡)인 연설을 보면서 소름이 끼친 적이 있다. 악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고민 속에 제주에 왔다고 생각한다. 제주는 적극적인 저항의 신앙을 갖는 섬"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저항 정신에 대해 작가는 "인간은 일상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컴퓨터를 켜 온라인으로 전쟁 뉴스를 접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인간이다. 살아있는 인격이기에 '이러면 안된다'는 저항 정신을 스스로 되새겨야 한다. 오늘은 불공정에 저항하지만, 내일은 저항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다그치면서 저항해야 한다"며 전쟁 등을 상황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저항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4.3의 진실을 알리고 진상규명 과정을 통해 발현된 평화와 인권, 민주 정신 선양을 위해 제정된 4.3평화상은 2015년 1회 시상을 시작으로 2년에 한번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