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율적 근무’가 만든 성장…경기도 주 4.5일제 참가 기업 가보니
매주 월요일 재택, 매일 5시 퇴근…자율 시스템으로 매출실적 ↑
경기도, 6월부터 전국 최초 주 4.5일제 사업 돌입 예정
29일 오전, 수원시 남수동에 자리한 사회적기업 '희망둥지협동조합'.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자유로움과 분주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각 층 사무실은 커피숍에 나올법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칸막이 없는 책상 등을 배치해 개방감이 높았다. 공간 한쪽에는 경기도가 부여한 '착한 기업', '일자리 우수기업' 인증패가 놓여있었다.
평균 나이 30대 초반의 젊은 직원들은 '자기 주도형'인 분위기 속에서 프로젝트 회의와 기획서 작성 등 업무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전체 직원 수 약 50여명으로 사회적기업 중 중견 규모에 해당하는 이곳은 최근 경기도가 추진하는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를 신청했다. 지난해부터 이미 자체적으로 유연근무제도를 시행했는데, 상당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등 어젠다로 등장한 4.5일제 방안에 대해 노·사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는 이유다. <인천일보 4월 16·22일자 보도>
운영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출·퇴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대표적인 게 매주 월요일은 전 직원이 재택근무하는 날이다. 2023년 3월 격주 시스템으로 시작했다가, 1년 뒤인 이듬해 3월 매주로 확대했다. 또 매일 퇴근 시간이 오후 5시로 일반 직장 대비 1시간 빠르다. 업무 일정 역시 윗선의 지시와 반복되는 형식을 따르는 게 아닌, 직원이 자율적으로 계획하는 형태다.
분기에 한 번씩 운영하는 '문화의 날'도 눈길을 끈다. 이날은 전 직원이 일을 멈추고, 여행과 여가 활동 등을 회사로부터 지원받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덕분에 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각자 상황에 맞게 근무 시간을 조금씩 조정하거나, 출·퇴근 교통이용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직원 김지혜(30)씨는 "첫 직장이라 친구들과 회사에 대해 서로 말할 때가 있었는데, 부럽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몸이 안 좋을 때, 집에서 뭘 챙겨야 할 때, 개인적 일이 있을 때 등에서 지금의 근무 방식을 활용하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업무효율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유연 근무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당시만 해도 기업은 물론 직원들도 회의적인 시각이 컸다.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걱정 탓이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스템 도입 2년여 동안 매출이 계속 상승했다. 올해 매출 기대치도 전년보다 5억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직원이 공부 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전문성도 높아졌다. 비용을 회사로부터 지원받아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 직원도 여럿 있다.
문상철 희망둥지협동조합 대표는 "사회적기업인 특성상 노동자 복지와 관련한 가치 실현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정해진 틀보다는 결과와 과정 중심의 문화를 지향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책임감 강화와 동시에 동료 간 신뢰를 높일 수 있었고, 유연 근무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에 만연한 '인력난'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직원을 고용할 수 있었던 강점이 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좋은 인재는 연봉이 높은 서울권이나 대기업으로 가고, 경기도의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적은 한계가 있다"며 "노동 체계를 바꾸면서 극복했고, 중장기 근무한 직원들의 이탈도 적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르면 6월 전국 최초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돌입한다. 선정기업에는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원의 임금보전 장려금과 2000만원의 업무 및 근태 관리 개선 지원금 등 혜택이 제공된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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