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정권마다 뒤집히는 ‘정치 공항’ [지평선]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김해공항 한계를 감안해 새 공항 건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공항’ 낙인이 두텁게 찍힌 동남권 신공항 논란의 시작이었다. 압축된 후보지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영남권은 둘로 갈라져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이 없다’며 2011년 전면 백지화했다.
□ 이듬해 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이 저마다 신공항을 다시 들고나와 갈등이 재점화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내놓은 결론은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 전문기관(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내놓은 결론이니 반박 여지가 없었다.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도 모두 합의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하는 대신 가덕도 손을 높이 들어줬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가덕도 특별법’ 통과까지 일사천리였다.
□ 바통을 넘겨받은 윤석열 정부는 더욱 가속페달을 밟았다. 개항을 2035년 6월에서 2029년 말로 5년 이상 앞당겼다. 유치 경쟁을 벌이던 2030년 부산엑스포에 힘을 싣는 차원이었다. 빨리 짓겠다고 공항 전체를 해상에 세우는 대신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까지 했다. 두 지반 지지력 차이에 따른 부등침하 우려로 사전타당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안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0조5,3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공사임에도 무려 4차례 유찰됐다.
□ 가까스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6개월 만에 내놓은 기본설계안은 ‘이대로는 못한다’였다. 공사기간을 2년 더 연장해달라, 가격도 1조 원가량 더 증액해달라 등의 요구가 담겼다. 국가계약법상 정부가 내건 조건 변경은 불가능하니 사실상 무산이다. 지역에서는 현대건설을 질타하지만, 애초 무리하고 위험한 조건을 내건 정부 책임이 훨씬 크다. 다시 공은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무려 6개 정권에 걸친 반전의 연속이다. 이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을 이어갈지, 아니면 브레이크를 밟고 원점 재검토를 할지 대선 후보들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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