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투표에서 갈렸다… 홍준표는 왜 떨어졌나
50% 당원 표심서 패배한 듯
'김덕수' 단일화 전략에 밀려

"지난 30년간 여러분의 보살핌으로 훌륭하게, 깨끗하게 정치 인생을 오늘로서 졸업하게 됐다. 정말 고맙다. 이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 이번 대선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2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탈락 직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컷오프에 걸려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시장직까지 사퇴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에게 밀렸다. 2030세대의 지지세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견고한 당심(黨心)의 벽 앞에 꺾였다.
50%가 반영되는 당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게 패인으로 꼽힌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26일 공표(22~24일 조사·무선전화면접)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에서 22%를 기록했다. 김 전 장관, 한 전 대표와 동률이다. 앞서 당원투표를 반영하지 않고 100% 국민여론조사로 진행한 1차 경선에서도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3강 후보의 득표율이 큰 차이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탄핵 반대(반탄) 성향이 강한 당원들의 표심이 김 전 장관에게 쏠렸다는 해석이다. 같은 반탄파인 김 전 장관이 일찌감치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을 편 반면, 홍 전 시장은 경선 초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와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원하는 당심을 끌어안는 데 실패한 셈이다. 같은 여론조사의 다자 구도(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를 보면 한 대행이 21%로 가장 앞섰다.
지난 23일 뒤늦게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당심을 뒤집진 못했다. 두 차례 토론 이후 원샷 경선을 치르겠다는 홍 전 대표의 구상은 외려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시점상 후보 등록일인 다음달 11일을 넘기게 될 가능성이 커,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그쳤다.
또 다른 결선 진출자인 한 전 대표의 경우 탄핵 찬성(찬탄)파 민심을 비교적 온전히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를 거치며 탄탄한 팬덤과 독자적 지지층을 구축한 게 주효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이 1, 3등으로 나뉘는 구도"라며 "두 사람이 1, 2등을 하려면 당원 투표가 고르게 나뉘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와의 거친 토론회도 자충수가 됐다. "깐족거린다" "키높이 구두는 왜 신나" 등 거친 언사가 국정 비전 제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홍 전 시장이 특유의 유머를 잃어버리고 안 좋은 모습만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보수 정치권 특유의 '새 인물 선호'도 원인으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태를 겪고도 여전히 보수정당이 키운 후보를 외면하는 분위기"라며 "축제가 돼야 할 대선 경선이 예선전으로 전락했다"고 자조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정계 은퇴 입장을 밝혔다. 홍 전 시장은 "30년 정들었던 우리 당을 떠나고자 한다"며 "더이상 당에 내 역할이 없고, 더이상 정계에 머물 명분도 없어졌다"며 국민의힘 탈당 뜻도 밝혔다. 홍 전 시장과 가까운 인사는 "당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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