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일선 학교 ‘교장공모제’ 외면…운영학교 역대 최저 까닭은
실효성 논란…교육 구성원 거부감·교육당국 관심 저하 주요인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지역 초·중·고등학교 교장 공모제가 일선 학교 현장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 교육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교사 경력 15년 이상이면 공개 모집을 통해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신청 학교가 해마다 급감하고 있어 제도적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활성화를 위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와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교장공모제가 정작 학교 현장에서 외면 받는 까닭이 뭘까.
29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도내 초중고 학교 비율이 10%대에서 8%대까지 현저히 낮아졌다. 도내 초등학교 422곳의 교장공모제 운영 비율은 2022년 3월 10.21%에서 2023년 9.43%, 2024년 9월 8.77%까지 감소했다. 중고등학교 317곳의 교장공모제 비율도 같은 기간 13.52%에서 8.83%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다.
올해 3월 현재 도내 초중고 교장공모제 운영학교는 66개교에 불과해 전체 739개교의 8.9%에 불과하다. 신규 임용 현황도 2021년 24명(초등 10명·중등 14명)에서 올해 3월 12명(초등 4명·중등 8명)으로 줄었다.
교장공모제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운영학교가 줄어든 것은 교장 공모를 신청하는 학교 자체가 감소한 탓이다. 교장을 공모하려면 학교 교직원회의와 학부모회의를 거쳐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 학교운영위원회심의를 통과해야 교육청에 신청할 수 있다.
교장공모제는 서열 위주로 승진하는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능력 있는 교장을 임용한다는 취지로 2007년 9월 시범 운영에 들어가 2010년 9월 확대 시행됐다. 공모 유형은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육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초·중등학교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교사 자격증 없이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나뉜다.
임명제 교장보다 공모를 통해 학교 혁신·교육과정 특성화를 책임 있게 추진할 인사를 선발할 수 있어 특히 지역사회와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를 고려해 도교육청도 그동안 공모 교장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선 외면 받고 있다. 공모 교장을 임명했더라도 운영과정에서 기존 구성원들과 마찰이 빚어져 지속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특히 교육부 평가지표에서 교장공모제가 제외되면서 교육 당국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도 주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교장 공모제가 외면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낙후지역 학교인 데다 소규모인 경우가 많고 지역 학부모와 교사들도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선 교사들도 냉랭한 반응을 보인다. 지원부터 학교운영에 이르기까지 부담이 적지 않아 교장 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용된 교장이 4년 동안 학교를 이끌어 나가게 되면 두 차례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탓에 교사들도 꺼리는 상황 탓에서다.
상당수 교장 자격증 소지자는 임명제 교장만 되면 4년 중임, 8년 임기가 사실상 보장되기 때문에 굳이 공모 교장에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초빙형, 내부형A 등 교장자격증 소지자 위주로 이뤄져 굳이 이들이 지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교장 승진이 무난한데다가, 괜히 공모 교장에 지원했다가 탈락해 교직사회에서 우세를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특정 교원단체 출신의 교장직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교육계 내부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도교육청은 교장공모제가 교장의 책무성과 리더십을 강화하고, 교육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인데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은 만큼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공모학교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장공모제는 단순한 임용 제도를 넘어, 교육자치의 실현과 학생 중심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실천적 기반"이라며 "공정하고 신뢰받는 심사체계를 마련해 역량 있는 교육 리더가 학교를 이끌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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