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년 사람 손길 닿지 않은 숲…국립수목원 광릉숲 가보니
장수하늘소 복원·수목 자연 적응연구 진행…6월 식물원교육총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28일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승합차를 타고 자연림 사이 구불구불 난 임도를 10여분 올라가자 국내서 가장 높은 목재 구조물인 높이 21m 생태 타워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워 꼭대기에 올라 탁 트인 주변을 둘러보니 수백 년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극상림(생태계가 안정된 숲의 마지막 단계)이 봄을 맞아 옅은 초록색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내며 사방을 가득 채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국립수목원은 이날 한국과학기자협회와 미디어세미나를 열어 광릉숲 천연림을 기자들에 공개했다.
광릉숲은 경기 남양주, 포천, 의정부에 걸쳐 2천238㏊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산림 보고다. 고도가 낮은 국립수목원 일대는 조림이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소리봉(해발 536.8m)을 중심으로 약 1천200㏊는 천연림을 유지하고 있다.
일대가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정해진 뒤 560년 넘게 관리되면서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 원장은 "지금도 천연림 일대는 나무가 쓰러지거나 해도 관리하지 않고 그대로 둬 자연 상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숲 면적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졸참나무지만 극상림을 주로 이루는 서어나무가 점차 개체수가 늘며 가장 많고 그 수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임 원장은 설명했다.
광릉숲은 오랜 기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만큼 오래 자란 큰 나무도 가장 많이 보유한 숲이다.
산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점차 기울어지고 있는 거대한 굴참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통상 사람의 가슴 높이쯤 나무 밑동의 둘레가 3m를 넘으면 큰 나무로 치는데, 전국에 약 837그루가 보고됐고, 이중 광릉숲에만 350년 된 밤나무를 비롯해 18그루가 존재한다.
다시 관람객이 출입할 수 있는 산 아래로 내려오니 이번에는 시원하게 위로 뻗은 전나무숲이 펼쳐졌다.
1920년대 조림된 이곳은 3대 전나무 숲길로 불리며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산림생물종 밀도가 가장 높은 광릉숲을 활용해 다양한 산림생물자원 관리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서어나무에 주로 살며 현재 광릉숲에서만 발견되는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 복원 연구도 그중 하나다.
과거 서울에서도 발견됐다는 장수하늘소는 1980년대 사라졌다 2006년부터 광릉숲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국립수목원에서 복원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인공사육 10년을 맞아 약 500마리를 기르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본격적 복원을 위해 올해부터 1년에 약 20개체씩을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방문한 인공사육장은 온도와 습도를 광릉숲의 여름에 맞추는 자동 시스템으로 장수하늘소의 생장을 최적화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장수하늘소 유충들이 느타리버섯 균사 블록에 담겨 성장하며, 관리를 통해 3~5년 걸리는 우화를 18개월로 압축한다.
김창준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이제는 알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90% 이상 생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과거에는 애벌레 무게가 60g만 돼도 크다고 자랑했지만, 이제는 80g까지 길러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식물들의 생육 지역을 파악하거나 개화 시기가 빨라진 봄꽃 분석 등 기후변화에 따른 수목의 자연 적응을 분석하는 것도 주요 연구다.
국립수목원 내 수종 분석에 따르면 왕벚나무는 연간 0.8일씩, 진달래는 연간 1.2일씩, 생강나무는 연간 1일씩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47개 기관이 식물계절 관측 네트워크를 구성해 식생 변화를 관찰하고 최근에는 시민이 직접 관측하는 시민과학도 도입하고 있다.
지역의 자생 식물을 복원해 관광 상품화하거나 산업화에 응용하려는 시도인 '중앙-지방 식물거버넌스'도 진행 중이다.
수목원의 교육적 역할을 강화하는 시도도 인정받아 올해 열리는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ICEBG)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6월 9~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총회에는 전 세계 70여개국 1천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물원·수목원'의 역할을 주제로 논의한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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