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모은 데이터로 개화 지도 그린다

시민이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 식물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는 연구에 참여하는 대규모 시민과학 프로그램이 올해 하반기 시작된다.
국립수목원은 과학기자협회와 28일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 '산림생물종 연구 현황과 수목원의 역할'을 주제로 과학미디어 세미나를 열고 '식물계절 관측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립수목원은 한반도 산림 생태계의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반도 산림 생태계의 기후변화 영향 예측 지표(indicator)를 개발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 산림 식물종의 적응 전략을 마련, 안정적인 보전을 돕는 게 목표다.
대표적인 사업은 식물의 계절현상을 관측하는 프로젝트다. 김동학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보전연구과 임업연구사는 "계절현상이란 식물이 싹을 틔우고, 개화하고, 단풍이 지는 등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를 가리킨다"며 "전국에서 219종에 달하는 식물의 계절현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수목원은 개엽, 개화, 낙엽 등 약 2만 2902건의 계절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국립수목원은 9개의 국∙공립수목원과 네트워크를 맺어 식물의 계절현상을 관측한다. 강원도립화목원, 마동산수목원, 대구수목원, 경남수목원, 한라수목원, 완도수목원, 금강수목원, 대아수목원, 물향기수목원과 협력 중이다. 이밖에 47개의 관측소에서도 계절현상을 관측한다.
국립수목원은 2020년부터 계절현상 관측을 통해 봄꽃 개화, 가을 단풍 시기를 예측하는 지도를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김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왕벚나무는 2010년 4월 11일 개화했지만 지난해는 4월 3일 개화했다. 개화 시기가 연간 0.8일 빨라지고 있다. 진달래는 2010년 4월 14일 개화했으나 지난해에는 4월 1일, 생강나무는 4월 5일 개화했으나 지난해 3월 21일 개화했다. 각각 개화시기는 해마다 1.2일, 1일씩 빨라지고 있다.
빨라지는 개화시기로 인해 식물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 분석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립수목원이 식물의 계절현상을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시민과학은 전문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 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활동을 뜻한다. 최근 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달하며 시민과학은 미국, 유럽 등 과학계에서 새로운 연구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시민들은 데이터 수집, 관찰, 실험, 분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 과학자가 일일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신 시민이 직접 수집한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질 높은 연구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김 연구사는 "올해 하반기까지 시민이 직접 식물의 계절현상을 포착한 사진을 앱이나 사이트에 업로드해 데이터를 모으고 연구자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상세히 분석하는 식물계절 관측 프로그램을 올해 하반기에 시작할 예정이다"며 "사진에 위치·날짜 정보가 담기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면밀히 식물의 계절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시민이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목포대, 경북대, 충북대 등과 함께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립수목원은 동아사이언스의 어린이 과학 잡지 '어린이과학동아'와 협력해 벚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벚꽃엔딩 프로젝트'를 3년째 진행 중이다. 전국 곳곳의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들이 촬영한 집 주변 벚나무의 꽃 사진을 통해 국립수목원이 개화 지도, 개화 예측 지도 등을 그리는 것이다.
김 연구사는 "드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법 등을 통해 식물 계절현상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며 "계절현상을 정량화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욱 자세히 분석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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