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이해가 남긴 비극, 윤성빈은 무엇을 긁었나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니스트 2025. 4. 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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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캥거루족’, 모든 학업을 마치고서도 취업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취업했더라도 독립을 못 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개념은 아니다. 캐나다에선 ‘부메랑 키즈’, 영국에선 ‘키퍼스’, 미국에선 ‘트윅스터’ 등, 저마다의 상황에 따른 명칭으로 불릴 뿐 담고 있는 의미는 비슷하다.

취업하겠다고 독립을 해보겠다고 나갔으나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거나, 아예 의지를 접고 부모 퇴직연금을 축낸다거나 등등. 즉, 해당하는 자녀 세대로서는 제대로 집혀, 민망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오명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왜냐하면 그러한 감각이 없진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른이라면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꾸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이게 사회가 말하는 보통의 삶, 정상적인 삶의 수준이라 일컫는 형태이기도 하여, 그렇지 못한 제 삶의 얼굴에, 나날이 굽어가는 부모의 등에 자녀로서의 기본적인 죄책감을 느끼며 저절로 몸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혹자는 역반응으로 더욱 고개를 빳빳이 들거나 까닭 없는 분노를 습관처럼 입에 물기도 한다.

그러다 억울하기 그지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캥거루족이 되어버린 것을 온전히 그들의 잘못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다. 한층 극심해진 자본주의와 그로 인한 양극화 현상을 견디고 있는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부모 세대, 기성세대는 자신의 때보다 한층 좋은 지원을 받았으니, 그에 마땅한 결과를 내길 내심 기대하고 고대한다.

문제는 충분히 열심히, 살아낼 삶을 준비하고 최선의 노력을 쌓아와도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는 게 보통이고 일반적이고 평균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합당한, 만족스러운 성과를 받아 든다는 게 비정상적인, 우연하고 운이 좋은 일이라고 할까. 즉, 캥거루족이란 어떤 자발적인 의지보다 사회가 쳐놓은 덫에 걸린 이들이, 어쩌면 강제로 선사 받은 서글픈 오명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제 삶을 제힘으로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 미성숙한 이들도 분명 적지 않게 존재한다. 하지만 대체로 누구보다 또는 누구 못지않게 애를 써온 이들이 사회가 친 덫에 걸려 깊은 상흔을 입고 만다. 어느 자녀라고 캥거루족이라 불리고 싶을까. 이에 관한 온전한 이해가 닿지 않으면, 아니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면, 젊은 세대는 캥거루족이란 명칭이 만드는 비극에 갇혀 더더욱 벗어나기 어려울 테다.

“독립을 왜 안 해? 돈이 없어서야, 막 써서야? 왜 없지? 일을 하는데 왜?”
최근 전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이자 ‘아이언맨’이란 별칭을 가진 윤성빈이 논란의 중심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독립을 하지 못한 30대 캥거루족을 향해, 나름 ‘소신 발언’이라 던진 말들이 일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고 또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

독립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돈이라면 일을 하는데 왜 돈이 없냐고 되묻거나 집세를 포함해 생활비가 받는 돈에 비해 많이 나간다고 하자 생활비를 아끼면 되지 않냐고, 몰이해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것. 아마도 자신이 그렇게 삶을 일구어냈다는 성취 가득한 경험에서 나온 자세였겠지만, 그가 간과한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윤성빈이 처했고 처해온 환경과 다른 이들의 것은 절대 동일시될 수 없으며, 아니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환경과 거기서 빚어지는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여, 확정 짓고 비난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캥거루족이 처한 환경은 특정 개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그야말로 문제적 상황이다.

절대 가벼이 취급될 수 없으나, 윤성빈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본인의 오만한 도출을 아무런 저지도 받지 못한 채, 아무 거리낌도 없이 내놓고 말았다. 정말 자신의 사과문에 적힌 내용처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한 것. 별생각 없이 쉽게 소신 발언이라며 내뱉는 것 또한 문제다. 그리고 대부분 그냥 자기 생각을 내뱉는 데 그치고 만다. 상대가 긁히든 말든.

이는 소신 발언에 있어 경계할 점이기도 한데 아무리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행위라 해도 그 맥락이 비판이라면 정확한 객관적인 근거들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어떤 사회 현상과 관련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긁고 긁히는 전쟁이 발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윤성빈이 대대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처럼. 그가 스스로 초래한 또 다른 비극의 전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윤성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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