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들 2인가족에 ‘가족런’ 참가자격 안 주는 ‘차별 마라톤’

정인선 기자 2025. 4.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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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체육회 차별·시대착오적 대회
가족런 3~5인 제한, 커플런은 혼성만
다음달 10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리는 제26회 화성효마라톤 대회 공식 누리집의 ‘자주 묻는 질문’란에 ‘커플런’ 부문은 남녀 혼성으로만 참가가 가능하다고 안내돼 있다. 화성효마라톤 대회 공식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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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ㄱ씨는 다음달 10일 열리는 제26회 화성효마라톤 대회 참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그는 초등학생인 아들과 단둘이 살지만 두 사람은 대회에서 ‘가족’으로 뛸 수 없다. 5㎞를 함께 달리는 ‘가족런’ 부문 신청 자격이 3∼5인으로 제한돼 있는 탓이다.

결국 가족런 대신 ‘커플런(2인)’ 부문 참여 신청을 했는데, 자녀가 딸이었다면 이마저도 어려울 뻔했다. 커플런 부문 자격은 ‘남녀 혼성’이기 때문이다. 대회 누리집 ‘자주 묻는 질문’ 페이지엔 “커플런은 남녀 혼성만 신청 가능하다. 남·남, 여·여 신청은 취소 처리된다”고 돼 있었다.

ㄱ씨는 2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가족 가운데 두 명만 대회 참여를 원할 수 있고, (구성원이 둘뿐인) 한부모·조손가구도 있는 데 가족런 참가 기준을 3~5인으로 한 건 이른바 ‘정상가족’으로 여겨지지 않는 다양한 가족을 배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인권·시민단체 20여곳이 모인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경기도 만들기 도민행동’ 역시 화성효마라톤 대회의 가족런·커플런 부문 참가 기준에 대해 차별적이라며 수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4월21일 대회 주최 쪽인 화성시체육회·경인일보·화성시육상연맹에 공문을 보내 “가족 구성원 수와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가족런 참가 자격을 3∼5인으로만 하는 건 차별 소지가 있다”며 “커플을 반드시 남녀로 구분지을 필요가 없는데 (참가할 수 있는) 커플을 남녀로 한정하고 다른 형태의 참가를 취소한다면 누군가는 배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주최 쪽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자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어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 변화하는 시대 현실을 반영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 참가 신청 대상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화성시체육회는 이달 9일 누리집 게시판 답변을 통해 “올해 대회는 3월11일 참가 접수가 마감돼 (기준)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회 사무국 쪽은 “지난해 3인으로만 한정한 가족런 참가 기준을 올해 5인까지 확대하는 등 시민 의견을 청취해 개선해 왔다”며 “앞으로도 여러 의견을 반영해 참가자 불편을 줄여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커플런 참가를 혼성으로 제한한 데 대해선 “남성끼리 짝을 이룬 팀이 시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누리집 안내와 달리 올해 커플런 부문에 동성끼리 참가를 신청한 경우에도 취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ㄱ씨를 비롯한 화성효마라톤 참가자 10여명은 대회 당일 “평등한 마라톤을 원한다” 같은 문구를 몸에 붙인 채 달릴 예정이다. “다른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나누고 싶어서”다. ㄱ씨는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 여러 영역에서 한부모 가구, 동성 부부와 그 자녀 등 다양한 가족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가족과 자연스럽게 섞이기보단 특별한 존재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아들이 성인이 되는 10년쯤 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편안하게 드러내고 스포츠 등 사회 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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