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산에 뿌려주오”…국내 첫 공공 ‘산분장지’ 홍천에 조성
“이름·표지석 설치 못해…시민 위한 홍보 필요”
정부, 산분장 법적 근거 마련…지자체에 조성 비용 70% 지원
법으로 ‘좋은 죽음' 지원하는 ‘장례복지’ 개념 도입도
화장 (火葬) 후 유골 가루를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장례법인 ‘산분장’ (散粉葬)이 올해 제도화됐다. 그간 구체적인 법령이 없었던 산분장을 정부가 적극 도입하면서 강원 홍천에 국내 첫 공공 산분장지가 조성된다. 현재 보완 공사를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조례안 마련을 통해 이르면 올 하반기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장사법에는 묻는 개념의 묘장·화장·수목장이 규정돼 있지만, 산분장에 관련된 규정이 없어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였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를 맞아 산분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봉안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공간 활용에 효과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산분장의 장점이 부각되는 이유다.

홍천군은 2022년~2024년 정부 지원 예산으로 진행된 2만5619 ㎡(7750평) 규모의 장사시설 건립을 최근 마쳤다. 이 가운데 자연장지·봉안당·산분장지 등이 포함됐으며, 홍천추모공원 구역에 마련된 산분장지는 1828 ㎡(553평) 규모로 조성됐다. 현재 잔디 식재 등 추가 공사를 진행 중이다.
홍천군은 산분장지 이용료, 운영 관련 세부 규정이 담긴 조례안 마련 등 내부 논의를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에서 내년초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보건복지부 지침대로 산분장 구역에 개인 표식을 설치하지 않되 고인을 추모하는 헌화 공간이나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홍천군 담당자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역은 정해져 있지만 이름을 표시하거나 표지석 설치를 못 하게 돼 있어 시민들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며 “공공시설로는 첫 시행이다 보니 아무래도 산분장지에 관한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1월 개정된 장사법에 의해 산분장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 떨어진 바다(환경관리해역·해양보호구역 제외) ▲별도 시설이나 장소가 마련된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 등에 산분장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산분장 제도 개선으로 2020년 8.2% 수준이던 산분장 이용률을 2027년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공공 산분장지 조성을 원하는 지자체 신청을 받고 있으며, 조성 비용의 70%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강원 횡성군, 충북 청주시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분장 제도는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반영한 것으로, 홍천군의 공공 산분장지 조성이 이같은 장례문화의 진화를 선도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분장지는 다양한 장례 수요를 충족할뿐만 아니라, 매장용 묘지에 비해 토지 사용이 적고 무덤 관리에 드는 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산분장에 대한 시민 의식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통계청 사회인식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장례방법’으로 봉안당(35.2%) 안치와 수목장 등 자연장(33.2%)에 이어 ‘산분장’(22.3%)이 세 번째로 선호도가 높았다. 또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인식도 조사를 봐도 ‘산분장 찬성’이 72.8%에 달하는 등 국민의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장사법 전면 개정을 통해 ‘장례 복지’를 도입했다. 장례를 치러 줄 사람이 없는 사망자에게 최소한의 존엄한 공영 장례를 지원하고 국민 누구나 ‘좋은 죽음’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나선다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 내년부터 자신의 장례 의향을 결정하는 ‘사전장례의향서’ 제도가 도입된다. 또 스스로 내 장례를 준비하고 살던 지역에서 존엄한 죽음을 보장받는 ‘사후(死後)복지’ 선도 사업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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