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파격적 워케이션…오래된 건물 개조 ‘숲속 방갈로’서 근무
6600그루 심고 방갈로 60개 만들어 고객 유혹
최대 월 500만원인데도 하루 700여명 이용


지난달 13일 오전 10시께(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로스앤젤레스(LA)시 할리우드에서 3㎞가량 떨어진 더롱프레 거리를 걷는데 유달리 나무가 많은 2층짜리 흰색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수호자·보호자를 의미하는 ‘더 프리저브’(The preserve)라고 적힌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야자수 같은 나무들이 반겼다. 야생 나무로 둘러싸인 카페에서 20~30여명이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로런스 본드 프리저브 대표가 환한 얼굴로 반겼다. 그를 따라 2층으로 갔다. 10여개의 실내 사무실마다 여럿이 토론을 하거나 노트북을 펼치고 작업에 몰두했다. 본드는 “기업들이 주로 사무실을 통째로 빌려서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사무실이 서로 보이도록 투명한 재질로 만들지만 아래쪽은 잘 보이지 않도록 한다. 공유 사무실 취지에 맞게 개방감을 추구하면서도 사생활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층 옥상(루프톱)에 올라가니 누구나 이용하는 휴식공간이 나왔다. 아래를 보니 나무들 사이에 노란색 타원형 방갈로가 빼곡했다. 아마존 밀림(정글)이 떠올랐다. 타원형 방갈로가 궁금해서 1층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의문은 풀렸다. 타원형 방갈로는 실외 사무실이었다.
프리저브는 오래된 건물을 부동산 개발업자인 본드가 2017년 사들여서 2019년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워케이션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터 면적이 8904㎡다. 월~금요일은 오전 6시~밤 11시, 토요일은 오전 9시~오후 3시에 문을 열고 일요일은 휴무한다.

프리저브는 미국에서 아주 독특한 워케이션 장소로 정평이 났다. 이용자들은 숲속에서 일을 하는 것을 첫번째 장점으로 꼽는다. 미국에도 임대료 절감과 정보 교류 등의 강점을 지닌 공유 사무실이 많지만 무성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공유 사무실은 프리저브가 유일하다고 한다.
프리저브에 심어진 나무는 6600그루다. 본드는 “2017년부터 꼬박 1년 동안 캘리포니아주 각지에서 자라나고 있던 나무와 식물을 크레인에 실어서 부지런히 날랐다”고 했다.

프리저브의 두번째 특징은 타원형 방갈로다. 방갈로는 소형·중형·대형·혼합형 등 4개 유형 60개가 있는데 단체 회의, 음반 제작, 팟캐스트 방송, 건강 프로그램 운영, 강의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방갈로마다 자연 채광에 최신형 살균 에어컨, 와이파이 등 업무시설을 완벽히 갖췄다. 커피·물·다과 등을 제공하는 편의점형 방갈로도 있고 방갈로 사이를 오가는 산책길도 있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리고 있다. 지난달 13일엔 틱톡 콘텐츠 창작자 120여명이 모였다. 카페와 연결된 정원에선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프리저브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부터 길게는 1년까지 머물 수 있다. 물론 계약기간이 끝나면 연장이 가능하다. 하루 이용료는 40달러(5만6700원)다. 4인용 공간을 장기 임대하면 월 4천달러(567만원), 개인 전용공간은 0.55㎡당 월 625달러(88만6천원),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사용하는 공간은 월 375달러(53만원)다.

이용료가 꽤 비싸지만 하루 평균 700여명이 이용한다고 한다. 크리스천 메르텐스는 “우리는 거의 5년 동안 프리저브에 있는데 무성한 녹지 공간과 탁 트인 공간이 고요하고 영감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다른 곳에선 상상할 수 없는 업무 환경”이라고 말했다.
프리저브를 둘러본 성희엽 부산시 정책수석보좌관은 “우리나라 워케이션은 딱딱한 실내 건물에 함께 머무는 것에 초점을 두지만 프리저브는 도심에 숲과 방갈로를 만들어 독립적인 공간을 부여하는 것이 인상 깊다. 우리나라 워케이션이 성공하려면 같은 건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로 속출하고 있는 원도심 빈집을 워케이션 장소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글·사진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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