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억 올랐다는 세종…"아직 반도 못 왔어요"

김미리내 2025. 4. 2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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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 정국에 출렁인 집값…한달 '반짝 급등'
급매 소진 후 호가 상승에 매도·매수 모두 멈춤
"3000만~4000만원 올랐지만…최고가 50% 수준"

"세종시 아파트값이 수억원 올랐다고요? 글쎄요. 아직 고점의 절반도 회복 못한 상황입니다."

지난 25일 찾은 세종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이 주목받으면서 세종 부동산 시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투자자와 실거주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 사뭇 달랐다. 멈췄던 거래가 일시적으로 활발해지고 가격도 올랐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공존하는 분위기였다.

세종시 도담동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김미리내 기자 pannil@

"급매 소진…호가 오르며 거래는 소강" 

지난 1월만 해도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월 300건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나 3월 들어서며 거래량이 781건으로 급증했다. 4월에도 이미 700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맺은 가계약 미신고 건수를 포함하면 1000건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발 '세종 천도설' 기대감이 시장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 같은 흐름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담동 A 공인중개사는 "탄핵 전후로 3~4주 사이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면서 "이후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매수자들이 추격매수를 주저하면서 거래가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부 대형 평형 아파트에서 1억~2억원 오른 신고가 거래가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단지는 기존 대비 3000만~4000만원 회복한 수준"이라며 "시장 전체로 보면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을 겨우 '회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아파트 월평균 매매가 및 전세가 추이

실제로 정부세종청사 인근 어진동 한뜰마을6단지 중흥S클래스센텀뷰는 지난 1일에만 전용면적 84㎡와 140㎡가 각각 8억8000만원, 15억6000만원에 신고가에 거래됐다. 앞서 2월 거래된 가격보다 각각 5000만원, 6500만원 뛴 가격이다. 

나성동 나릿재마을3단지 제일풍경채위너스카이 전용 88㎡는 지난 18일 직전 거래보다 1억1000만원 오른 9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새롬동 새뜸7단지 투머로우시티 전용 59㎡는 지난 21일 4억5000만원에 신고가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종전 최고가에 비해선 낮은 수준에 거래된 매물이 더 많다. 지난 3일 7억6000만원에 거래된 반곡동 수루배마을1단지 전용 96㎡는 2021년 최고가인 15억원과 비교하면 49%(7억4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대평동 해들6단지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전용 99㎡도 지난 10일 최고가 대비 5억7000만원(-40%) 낮은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한달간 최고가 대비 30~50%가량 하락 거래된 매물이 수백건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정치권 발언 한마디에 '오락가락'

지난 14일 기준 세종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넘게 이어진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상승으로 전환했다. 이어 한 주 뒤인 지난주에는 전주 대비 0.23% 상승하며, 강남 3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2020년 '데자뷔(기시감)'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정치권에서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나오면서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1년 새 44.93%(한국부동산원 월간 누계) 급등했다. 전국(7.57%) 상승률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하락을 기록하며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한 지역이 됐다. 

어진동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집값이 4년간 하락하다 최근 분양가 근처까지 떨어지면서 바닥이라고 본 실수요자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이후 탄핵 정국 전후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낮은 가격대 물건들이 일제히 급매로 팔렸다"고 설명했다.

급매 소진과 함께 호가가 높아지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 1만건이 넘던 세종시 아파트 매물은 최근 8000건대로 줄었다.

B 공인중개사 대표는 "급매로 낮게 처분된 가격과 몇 주 사이 오른 가격에 거래된 매물, 그리고 여기서 더 오른 호가까지 가격 갭이 벌어지면서 몇몇 거래는 억원대가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매수세가 몰리면서 당장 거래가 급하지 않은 매도자들이 거래를 취소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가 멈췄고 매수자들도 추격매수에 나서거나 하지 않고 숨 고르기에 나서면서 거래가 거의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기존에 등락이 컸던 '학습효과' 영향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슈로 반짝 급등했다 거래가 끊기거나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불안감과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집값이 오르는 걸 마냥 좋아하기도 어렵다. 과거 집값이 크게 상승했을 때 들어온 일부 사람들은 집값이 크게 하락하며 은행에서 감정평가 가격이 내려가 대출금의 10~20%를 상환하라는 요구가 오기도 했다"면서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집값 등락이 너무 크다 보니 불안한 측면이 있어 집값이 오르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어진동과 나성동 아파트 전경/사진=김미리내 기자

'행정수도' 간판 아래 숨겨진 성장 한계

문제는 세종시 집값의 안정적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정책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나성동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국회와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뤄지며 언제 될지 시기가 명확지 않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이를 중심으로 상업시설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시는 중앙행정기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획도시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 상업, 문화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상업시설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국정감사 등 서울에서 중요 이벤트가 있을 경우 공무원들이 대거 서울로 상경하면서 상가에 사람이 텅 비는 일도 부지기수다.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1년에 인구가 1만~2만명씩 늘었지만 현재는 4년째 4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서울에 있던 공무원과 대전, 청주 등에서 인구를 끌어와 만든 빨대효과 도시인데, 도시가 완성되지 못하고 집값은 상대적으로 높은데 일자리도, 놀 곳도 없다 보니 실망한 사람들이 다시 빠져나가면서 인구가 정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해밀동 D 공인중개사 대표는 "국회 이전만으로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인센티브를 크게 줘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가 있어야 상권도 발전하고 가격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거래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치권의 선거 멘트 하나로 테마주처럼 급등하는 게 이슈가 돼 새로운 규제로 묶여 옴짝달싹 못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부분을 우려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나오면서 단기간 수요가 유입돼 가격이 상승했지만 실질적인 일자리나 인프라 개선 없이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행정 이외에 지역 기반 사업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지역과 연계한 사업이나 대전·오송·청주 등 지역 간 연계 산업벨트 확산으로 수요를 키워 자생력을 확보해야 정치 이슈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세종시는 직군 다양성이 적고, 재고 주택이 많은 데다 전셋값도 낮고 인구도 50만을 넘지 못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면서 "과거엔 다주택자가 세종시에 주택을 보유했지만 지금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커져 세종시에서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대선 국면이 끝나고 나면 다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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