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관세 전쟁이 던진 근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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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발표한 후, 국내 언론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한 보고서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스티븐 마이런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국제무역체제의 재편을 위한 안내서'다. 마이런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적자는 구조적 문제다. 미국은 '세계의 최종 소비시장' 위치에 있기에 모든 무역 흑자국이 팔아넘기는 물건을 사들인다. 그 대가로 전 세계에 쏟아지는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유지한다. 마이런은 이런 논리를 관세 전쟁의 근거로 활용한다. 미국이 세계 시장의 번영을 지켜주고 있기에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상호관세는 당연히 많은 경제학자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적어도 '세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이런 이전에도 꾸준히 나온 바 있다. 동시에 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이 제조 공장의 '온쇼어링'에 집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도 된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더 소비하고 있고 그 결과 일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는 서사 때문이다. "미국 근로자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얻어) 나사를 조이게 될 것"이란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은 사실 트럼프가 지향하는 미래상을 비교적 잘 표현한 그림일 수도 있다.
'차이메리카'로 불리는 21세기 초 번영의 시기에 미국이 생산기지를 아웃소싱한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급성장했다. 미국 입장에선 '특정 국가'의 이익이 다른 국가보다 커져 무역분쟁을 낳았다고 하지만, 급성장한 국가 내에서도 혜택은 불균형하게 돌아간 게 사실이다. 아웃소싱 기업들은 원가 절감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으로 '사람 값'을 후려쳤고, 오늘날 중국은 빈부 격차가 극심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불평등의 확산으로 '성난 군중'을 다루는 미중 두 나라는 어렵지만 모두가 좋아지는 근본적인 해법 대신 적을 외부에서 찾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 미중 두 나라가 서로를 겨냥해 관세율을 뻥튀기하는 것은 협상용이라기보다, 극우적 국가주의를 자극해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쇼'처럼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는 AI로 만든 영상이 중국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광경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은 지난해 국가주의를 앞세워 대중을 동원하려는 시도를 거부했지만 파괴적 해법을 원하는 욕망의 불씨는 꺼질 줄 모른다. 관세 전쟁을 앞두고 눈앞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이 남았음을 대선 주자를 포함해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불확실한 세상에 어렵지만 더 나은 답안은 경제적 과실이 퍼지고 선순환할 수 있는 강한 경제를 만들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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