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퍼진 치명적 유독가스…38명 앗아간 '인재' [뉴스속오늘]

화재는 지하 2층에서 발생했다. 냉동실 냉매 배관을 연결하는 용접 작업 중 날아간 불꽃이 우레탄 폼에 착화되며 불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우레탄 폼은 벽면과 천장의 단열재로 사용됐는데, 가연성이 높은 탓에 지하에서 시작된 불은 지상 4층 건물 전체로 폭발적으로 번져나갔다.
특히 우레탄 폼이 타면서 내뿜는 유증기가 치명적이었다. 우레탄 폼이 탈 때 나오는 시안화수소 같은 유독가스는 한 모금만 마셔도 의식을 잃을 수 있고, 두 모금을 마시면 생명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레탄 폼은 단열 효과가 뛰어나 건축 내장재로 자주 활용되지만, 불이 붙기 쉬울 뿐만 아니라 불이 붙었을 때 확산 속도가 빠르고 이처럼 유독가스도 배출해 피해를 키운다.
여기에 샌드위치 패널 구조도 화재를 키웠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건축물은 화재 때 내부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이밖에 혼인신고 한 달 만에 부인과 5살 아들을 두고 세상을 뜬 20대 가장부터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루다 결국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40대 예비 신랑까지, 사망자가 발표될 때마다 합동분향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악의적인 댓글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유가족 A씨는 "XX 지역 사람들이 다 데리고 와서 불이 났다고 하는 등 우리 가슴은 이렇게 타들어 가는데 막말하는 사람까지 있다"며 하소연했고, 또 다른 유가족 B씨는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외국인이라고 해서 '외국인이 담배를 피워서 불이 났다'고 댓글이 달렸다. 터무니없는 댓글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시공사 건우와 발주자 한익스프레스 등 공사 현장 관계업체에 2차례 서류 심사와 4차례 현장 심사를 통해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2019년 4월 건설업 안정성과 관련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서류 심사에서 화재와 폭발 방지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완 작성하는 것 등 조건부 사항 5개를 전제로 '조건부 적정'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란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 물질 등 위험요인에 의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2020년 12월 수원지방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물류창고 공사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팀장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건우의 현장소장 B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산업현장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공사 기간 단축을 요구했고, 시공사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화재 가능성을 키웠다"며 "화재 당시 용접 등 작업 과정에 화재감시자를 배치하지 않았고, 대피로(기계실 통로)가 폐쇄됐으며 경보장치도 미설치하는 등 전반적인 안전조치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2021년 7월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한익스프레스 팀장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현장소장 B씨도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A씨 등이 공사현장 대피로를 폐쇄한 건 사업주의 산업재해 책임을 강화한 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발주처 관계자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어긴 책임을 직접 묻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같은 해 11월 대법원은 "2심의 법리 오해가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으며,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가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된 현장소장 B씨의 판결도 그대로 확정 지었다.
이 밖에 금고 1년 6개월로 형량이 2개월 줄어든 감리단 관계자, 금고 2년 3개월에서 금고 2년으로 감형 받은 건우 관계자, 벌금형이나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 5명 등에 대한 원심 판단 역시 그대로 확정됐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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