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오 분 후에

2025. 4. 29. 00: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랫입술이 슬픔인 사람이 나타나리라.

지금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시를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오 분 후에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설 것이다.

오 분 후에, 이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여러 일이 이처럼 오 분 후에, 오 분 후에, 하며 오고 또 가는 것일 수 있겠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인숙
오 분 후에
윗입술이 기쁨이고
아랫입술이 슬픔인 사람이 나타나리라.
오 분 후에
토요일에 아름다워지는 젊은 여인들과 어떤 식으로든지
사랑과 서정에 취하고 싶은 남자들이 올 것이다.
오 분 후엔
눈동자의 기쁨인 혼인과 권태와 절망, 쓸쓸한 미움이
코의 냄새와 함께 오리라.
오 분의 무게로 욕망이 오고
오 분의 치욕과 사랑으로
새벽의 끈에 묶인 어둠이 끌려오리라.
오 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으리.
참으로 많은 것이 다녀갔어도
인생이란 실제로
아무것도 이루어놓게 하질 않는다는 것을.
 
(하략)
지금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시를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오 분 후에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설 것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것이다. 봄날 오후의 따사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실 것이다. 시 같은 건 잊어버린 채 꽃과 나무를 보고 빨갛게 노랗게 물든 과일을 살 것이다. 버스를 타고 옆 동네로 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오 분 후에, 이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여러 일이 이처럼 오 분 후에, 오 분 후에, 하며 오고 또 가는 것일 수 있겠다.

아, 오 분이란 얼마나 긴 시간인지! 나는 오 분 후를 생각한다. 어서 빨리 오 분 후가 당도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림만으로는 안 되겠지. 그토록 바라던 오 분 후는 어쩌면 너무 짓궂은 나머지 “오랫동안 서서히” 나를 벌세울지도 모른다. 쉽사리 “무엇인가 이루어놓게 하질 않는” 삶의 고약한 성정을 닮았을지도. 그러니 가끔은 선수 치듯 당장, 당장, 나서볼 것. 조금은 지쳐 있을 오 분 후에게로.

박소란 시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