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MLB 도전자’ 최향남 “내 마지막 꿈은 마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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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최향남(54)은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살았다.
1990년 해태(현 KIA)에 입단한 뒤 LG, KIA 등에서 뛰던 그는 2006년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했다.
그는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혼신을 다해 마지막 공을 던진다는 게 내겐 축복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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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2년간 롯데에서 뛴 뒤엔 2009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다시 MLB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그는 포스팅 비용 101달러(약 14만5000원)에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38세에 이뤄낸 한국 선수 최초의 포스팅 성공 사례였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는 끝내 밟지 못했다.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앨버커키에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2.34로 호투했으나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롯데와 KIA, 독립 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뛰었다.
마지막 선수 생활은 오스트리아에서 했다. 2015년 비너노이슈타트 유니폼을 입은 최향남은 “야구 선수로 유럽을 한 번도 안 가봤더라. 여행 겸 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아마추어 수준인 오스트리아에서 그는 ‘오타니’ 같은 선수였다. 투수로는 에이스였고, 타자로는 ‘안타 기계’였다. 어느 날인가엔 안타를 치고 베이스를 밟다가 후방 십자인대를 다쳤다. 하지만 그는 한 달간 재활을 하고 남은 리그를 뛰었다. 최향남은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방문경기를 갈 때는 승용차에 4명씩 앉아 알프스를 넘어 다녔다”며 “야구 실력을 떠나 동료들의 야구를 대하는 몸짓과 눈빛이 너무 좋았다. 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덕분에 그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가 그 나이까지 마운드에 설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었다. 원래부터 그는 술, 담배를 하지 않았다. 먹는 것에도 조심스러웠다. 인스턴트 등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가능한 한 집밥을 먹었다. 운동도 열심히 했고, 휴식도 충분히 취했다. 겨울에는 한 달씩 산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기도 했다.
은퇴 후 그는 지도자가 돼 후배들을 가르쳤다. 글로벌선진학교 감독을 맡았고, 중국 상하이 골든이글스 투수코치로 2년을 지냈다. 2023년에는 상무 야구단 투수코치로 일했다. 현재는 휴식을 취하며 지도자 생활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그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예전 MLB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실전 마운드에 서 보는 것이다. 최향남은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 10년 전만 해도 ‘이제는 징하다(징그럽다의 전라도 방언)’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50대가 되고 보니 마운드에 서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몇 해 전 사구체신염을 앓은 그는 요즘 서서히 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러닝과 맨몸운동이 시작이다. 그는 “중년들에게 가장 좋은 게 맨몸운동이다. 부상 위험 없이 몸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기본적인 몸을 만드는 근육 운동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혼신을 다해 마지막 공을 던진다는 게 내겐 축복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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