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 가득 메운 불자들'…의성 산불피해 이재민 돕기 108배 행사

"묵직한 절 한 번, 다시 절 한 번."
지난 27일 오후 경북 의성군 고운사 대법당에 모인 불자들은,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을 위해 108배 절을 올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행사는 삼귀의례, 반야심경 봉독, 인사말씀,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고운사 불자 150여 명은 절을 올리는 매 순간 산불 이재민들의 빠른 복구와 일상 회복을 발원했다.
대법당 앞에는 '산불 피해 이재민 돕기 108배' 현수막이 걸렸고, 오색 연등은 희망의 빛을 밝혔다.

특히 108배 행사에 앞서,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주지 덕조 스님을 비롯한 신도 150여 명이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고운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재해로 폐허가 된 경내를 둘러보며 복구를 염원하고, 고운사 승려들과 지역 불자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산불로 고운사는 가운루와 연수전 등 주요 문화재 전각이 소실됐고, 경내 곳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나 대웅보전, 명부전, 삼성각 등 일부 전각은 승려들과 소방대원의 사투로 지켜냈다.
이 가운데 가운루는 화재 직전인 2024년 7월 17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정식 지정됐다.
고운사는 가운루 복원에 대해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원형에 가깝게 재현할지, 또 다른 방식으로 복원할지는 추후 확정될 전망이다.
최치원문학관은 전소 피해를 입었지만, 내부 수장고에 보관된 최치원 선생의 영정과 영인본 사진 파일 등은 온전하게 보전됐다.
현재 최치원문학관은 안전진단이 진행 중이며, 기존 운영 계약은 해지된 상태다.

등운 교구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데 있다"며 "자비의 실천이야말로 아픔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운사의 복원은 과거를 단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존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건축적 전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음사 주지이자 의성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인 자원 스님은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희망을 품고 일상으로 돌아가시기를 기원한다"며 "불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치유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의성군은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5일) 예정됐던 군 단위 봉축 행사는 전면 취소하고, 고운사를 비롯한 지역 모든 사찰이 자체 봉축 법요식과 특별 발원 기도만 조용히 봉행할 예정이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으며, 신라말 대학자 최치원이 중창하여 그의 호를 따 '고운사(孤雲寺)'로 불리게 됐다.
해동 제일 지장 도량으로서 "죽어서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를 다녀왔는지를 묻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번 행사는 의성불교사암연합회가 주최하고, 고운사와 함께 각각 2000만 원을 마련해 총 4000만 원의 성금을 의성군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