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함지산 산불로 하늘 잿빛으로 변해…북구 노곡동·조야동 주민 1천200여 명 ‘역대급 대피’

28일 오후 2시께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노곡동, 조야동을 거쳐 서변동으로 확산하면서 대구 북쪽 도심 하늘이 새카맣게 변했다. 이번 산불은 주거지역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탓에 인근 주민 1천여 명이 탈출하는 등 대구에서 '역대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후 6시40분 현재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시,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불은 이날 오후 2시1분께 북구 노곡동 산12(함지산)에서 발생했다. 불은 바람을 타고 민가 쪽으로 확산되자, 오후 3시40분께 '산불 2단계'가 발령됐다. 현장에는 평균 3㎧의 바람이 불었으며, 최대순간풍속은 11㎧였다. 소방청은 오후 4시5분께 국가 소방동원령을, 산림청은 오후 6시께 대응 3단계로 상향했다. 산불 발생 4시간만에 대응 3단계를 발령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며 그만큼 긴박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대응 3단계는 전국적인 소방력 및 자원이 총동원 되는 것으로 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 체계가 가동된다.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노곡동에서 조야동으로 번지다가, 오후 5시 이후 서변동 방향으로 확산했다. 당국은 오후 6시40분 기준 산불영향구역은 92㏊, 진화율은 14.5%로 집계했다.
경북 의성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이라, 대구 함지산 인근 시민들은 산불이 도심으로 건너올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도 강풍을 타고 불똥이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이 목격됐다. 조야동의 한 주민은 "5분도 안돼 불이 산을 뛰어 넘었다"고 전했다.
대구시와 북구청은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무태조야동(500가구 540명)·노곡동(399가구 676명)에 거주하는 주민 1천216명이 팔달초등학교와 매천초등학교로 대피했다. 또 불이 바람을 타고 확산하자 서변동 지역주민들도 동변중학교로 대피했다.
발화 지점은 금호강과 북대구IC 주변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현재 산불 원인은 모르는 상태다.
대구 북구와 인접한 중·서구는 물론이고 발화 지점에서 19㎞떨어진 경북 경산시 압량읍에서도 산불로 인한 연기가 맨눈으로 확인됐다. 함지산 산불로 북대구IC 진출입로, 노곡교, 조야교, 무태교 진입통제가 됐고 이 일대를 지나가는 시내버스는 우회 운행했다. 대구경찰청은 교통 순찰차 등 9대, 다목적기동대 및 기동순찰대 8개 팀, 기동대 7개 중대 500여 명을 현장에 배치해 주변교통 관리 및 통제, 주민대피 등 현장 조치를 했다.
이날 배광식 북구청장이 조야초등학교에서 산불 진화 지휘를 하다가, 대응 3단계가 발령되면서 지휘권이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김정기 권한대행은 2단계 발령부터 산불 현장을 방문해 총력대응을 지시했다. 산불을 끄기 위해 산림재난기동대, 산불진화대 등 733명이 투입됐고 헬기 28대가 동원됐다.
김 권한대행은 현장에서 △모든 유관기관이 총력 대응할 것 △산불 진화에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현장에 투입할 것 △인근 주민에 대한 대피명령,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철저히 할 것 등에 대한 긴급 지시를 내렸다.
경북 산불이 삽시간에 의성에서 영덕으로 불길이 번졌듯이 함지산 인근 북구와 동구, 칠곡지역 주민들까지 공포에 몰고 있다. 이날 일몰 이후 소방 헬기가 철수한 상황이라 밤 사이 강풍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기 권한대행은 "헬기 등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산불을 잡겠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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